국가고시및 주요 자격시험 합격자수를 거주 인구수에 비례해 지역별로
할당하자는 내용의 "인재 지역할당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한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우선은 오죽하면 이런 방법까지 동원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한편
으로는 과연 이런 방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입법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지역간의 균등발전은
지역할당제보다는 지방대학 집중 육성, 지방자치 활성화,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을 통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가 자칫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이해갈등과 분쟁만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부산 등 12개 시.도 의회의장과 강원대 조선대 등 15개 지방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입법추진위원회가 지역할당제를 정식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은 말할
것도 없이 수도권의 기형적인 비대와 지방의 만성적인 소외이다.

비록 이같은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완화되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강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인재 지역할당제"를 시행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우선 서울소재 교육기간및 거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헌법상의 거주이전자유를 사실상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데다 수도권지역에
대한 역차별로 받아들일수 있다.

이는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입시에서의 내신등급을 둘러싼 이해
갈등처럼 공연한 분쟁만 조장하기 쉽다.

둘째로 시험시행 2년전 인구비율로 지역할당제를 실시할때 시험합격만을
위한 일시적인 거주이전은 있겠지만 이들이 해당지역에 뿌리내리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같은 문제는 서울소재 종합대학의 지방분교가 겪는 한계와 마찬가지다.

셋째는 지방공무원과는 달리 전국적인 차원에서 지역간의 이해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중앙공무원의 선발을 지역별로 할당한다면 또다른 지역
이기주의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국가고시나 자격시험에 시험성적 외에 지역할당과 같은 요인을
반영하는 것은 자유경쟁에 따른 인적자원의 최적배분을 저해하게 된다.

미국이 소수민족 보호를 위해 기회균등법(Equal Employment Opportunity
Act)을 시행하고 있지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이루어진 연방국가로서 국가의
정체성유지를 위해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밖에도 정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각계각층의 선호가 다양해지고 있는
지금 국가고시나 자격시험에 연연하는 것도 시대추세에 맞지 않다고 본다.

대신 미국처럼 지역별로 특정분야에 전문화된 이공대학 한두개씩을 집중적
으로 육성하고 중앙부처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히 이양해 지역출신
인재들이 지방행정을 주도하게 하며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 수도권소재
기업들의 지방이전을 촉진하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의 정도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