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의 성패는 재원과 마케팅에 달렸다"

불황기에는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인색해진다.

프랑스나 네덜란드처럼 정부의 예산이 줄어도 예술지원금이 삭감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경기침체가 곧 문화계 찬바람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단체에 절실한 것이 바로 경영원리다.

예술경영은 예술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활동.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준높고 다양한 예술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출간된 "예술경영, 어떻게 할 것인가"(크레이그 드리즌 외저 이은옥.
용호성역 민음사)에는 기획 홍보 재원등 예술경영의 3대 요소뿐만 아니라
관객과 프로그램 개발, 이사회 운영, 자원봉사자 관리등 모든 분야의 경영
노하우가 담겨 있다.

미국에서도 국립예술기금은 의회 예산심의때마다 삭감압력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예술단체들이 발전하는 것은 그들이 체계적인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

그들의 재원조성과 마케팅기법을 우리 현실에 맞게 응용한다면 한국적
예술경영의 묘안이 나올 법도 하다.

저자들에 따르면 미국 예술단체들은 재원의 70%이상을 개인으로부터 조달
하고 있다.

기부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신뢰감을 쌓고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두텁게 해야 한다.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부문에서도 친구만들기가 곧 재원만들기다.

무턱대고 돈을 주는 경우는 드물 수밖에 없지만 비슷한 능력과 장래성을
지닌 여러 단체가 한꺼번에 지원을 요청할 때 이왕이면 "팔이 안쪽으로
굽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저자들은 지원을 요청할 때 설립취지와 활동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기부자가 신뢰할수 있도록 예술단체의 재무제표를 제시하거나 지출항목을
수입내역보다 앞쪽에 배치해 비영리단체임을 인식시키는게 좋다고 충고한다.

지원자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만족감을 느끼면서 보람있는 일에
기여했다는 즐거움을 갖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은 개인에 비해 기부 목적이 뚜렷하다.

회사 이미지 제고와 판매확대, 직원 결속력 강화 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야 자선기부나 광고협찬 무상지원 등에 나선다.

이 경우에는 해당 프로그램의 시장성과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면서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음을 강조한다.

마케팅에는 반드시 전담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예술경영인의 균형감각.

상품성없는 "물건"을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해서 팔면 금방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마케팅전문가는 "판매"에 앞서 "기획"이나 "제작" 단계부터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아이디어 개발에서 공연.전시 등 예술활동이 이뤄진 후의 관객조사및
사후평가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조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비교적 여건이 안정된 공공 예술기관들에도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꼭 필요한 요소로 지적됐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