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부도 위기로 내몰렸던 기아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한결 덜어질 전망
이다.

기아자동차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한 채권은행들이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에 4천억원규모의 자금을 지원해주고 협력업체들이 보유한
진성어음에 대해서도 적극 할인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음할인은 은행장의 지시보다 일선창구가 움직여야 하는 문제
이므로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게다가 부실회오리에 휘말린 은행들의 자금지원여력도 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 협력업체 지원 방안 =네가지로 요약된다.

기아자동차를 통한 간접지원, 협력업체 어음할인, 기존할인어음의 일반
대출전환, 부도어음 해결 등.

채권은행장들은 지난 22일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기아자동차에 대해
법정관리에 따른 재산보전처분이 내려지는 대로 수요자금융지원및 DA
(수출환어음) 한도증액 등을 통해 4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아는 이 자금으로 그간의 외상매출채권이나 신규납품대금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협력업체들에 대한 은행들의 진성어음 할인도 기대가 가는 부분이다.

은행들은 기아자동차에 재산보전처분이 내려지고 재산보전관리인이 선임
되는 시점부터 어음할인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재산보전관리인이 발행한 어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우선변제권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어음할인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을 한은의 총액
한도대출(연 5% 저리)로 지원해 준다는 방침이다.

총액한도대출의 여력이 현재 약 1천8백억원이므로 은행들은 약 4천억원
규모의 어음을 추가할인해 줄 수 있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들에 기존 할인어음을 만기전에 상환요구하지 말고
채권확인서를 발급하거나 일반대출로 전환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일반대출은 대체로 만기가 1년이기 때문에 협력업체들의 단기자금난에
숨통이 열릴 전망이다.

부도난 어음들은 신규어음으로 교체받거나 채권확인서를 발급받는 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 문제점은 없나 =그간에도 금융당국과 주거래은행이 중심이 돼 어음할인
을 강조했지만 협조가 제대로 안됐다.

강제성이 없어 일선지점장의 판단에 좌우되기 때문이 시일이 걸릴수도 있다.

또다른 문제는 법정관리이전에 발급한 기아어음을 은행들이 할인해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공익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할인해 줘도 큰 문제가
없지만 그전에는 할인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부도를 내고 새로운 어음으로 교체받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할인이
이뤄지기까지의 자금부담은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자칫 이같은 타임랙(시간차)로 인해 협력업체들의 자금흐름은 동맥경화현상
을 빚을 수도 있다.

특히 파업 등으로 기아자동차의 정상조업이 불투명한 상황인 것도 협력
업체들엔 적지 않은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