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아 법정관리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주요 기아계열사 노조가 공장
문을 걸어잠그고 잇따라 무기한의 파업에 돌입하고 있다.

특히 일부 강경세력은 법정관리가 신청될 경우 공장의 기물파손과 방화에
나서겠다는 움직임마저 보여 앞으로의 사회.경제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23일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7일부터
대우 쌍용 현대정공등 완성차 3사와 부품업체들이 동조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혀 기아 파업사태는 전산업계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기아자동차 노조원과 일반직 사원들이 참석하는 범기아정상화추진비상
대책위(비대위)는 23일 소하리공장에서 직원 2천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갖고 24,25일 오후 2시에는 각각 서울 종묘앞과 서울역앞에서
민주노총과 자동차노조연맹이 주최하는 기아정상화 촉구집회에 참석키로
결의했다.

이밖에 광주의 아시아자동차 창원의 기아중공업 기아정기 노조 등을 비롯한
나머지 계열사들도 각각 파업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는 기아의 파업사태에서 우려되는 것은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기아그룹의 노조가 최강성 노조로 분류돼 이들의
파업 수위를 예상하기 어려운데다 이미 누차 현경영진에 의한 회사 회생이
어려울 경우 극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왔기 때문이다.

특히 기아 노조의 경우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자 5백억원이라는 거액을
모금해 회사에 지원하고 임금을 스스로 삭감하는 등 남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어 파업의 강도가 예상보다 강할 것이라는게 노동계의 전망이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재산보전관리인이 선정되는 등 법정관리 수순이
진행되더라도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다 이는 곧바로
협력업체의 가동중단과 부도로 이어져 파장이 더욱 커지게 된다.

또 협력업체들의 가동중단은 이들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는 또다른 완성차
업체의 가동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계 전반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높다.

물론 파업이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없지는 않다.

이미 이들이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받은 이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이상 파업을 이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아그룹내 상당수의 임직원들이 그동안 기존 경영진에 대한 무조건적인
협조가 회사 살리기의 요체가 아니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단적인 예로 23일 아시아자동차의 경우 일반직 사원 1천5백명으로 구성된
구사를 통한 종업원살리기협의회(구종협)가 "파업을 종용하는 경영진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경영진및 노조측과 대립하는 일이
벌어졌다.

따라서 이처럼 기존경영층을 반대하는 기류도 확산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거 노사분규도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결집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점과 민노총등 사회단체들이 가세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파업이 장기화
할 가능성은 상당히 커 보인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