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담배인삼공사와 한국통신 등 공기업이 사장(대표이사)을 공개모집한다.

가스공사 한국중공업 등도 이같은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한다.

비상임이사를 포함한 사장추천위원회가 경제.경영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 그리고 기타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따져 사장후보를 선정하면
절차에 따라 정부는 추천위의 의견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입사원이 아닌 사장을 공개모집한 예는 민간기업에서 몇차례 있었지만
공기업의 경우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공사를 불문하고 기업이 변신하지 않고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나타내주는 것으로서 어쨌든 좋은 변화임에 틀림없다.

공기업은 물론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조직이나 기관의 장은
으레 정부 고위층이 낙점한 사람이 맡았다.

그런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한 경우는 많았고, 특히
공기업의 경우 경영성과가 크게 문제되지 않아 최고경영자의 무능력이
제대로 평가되지도 않았다.

그런가 하면 배경이 튼튼한 최고경영자는 유능한 경영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제 경영환경은 크게 달라졌고,어떤 조직이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공기업사장의 공개모집은 좋은 선택이지만 이와 관련,
몇가지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근본적으로 공기업의 최선의 경영쇄신 방안은 민영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민영화해야 할 기업을 공기업으로 남겨두는 한 경영합리화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형식적으로는 공개모집을 한다고 하면서 응모자들을 둘러리로
세우고 실질적으로는 미리 내정한 사람을 뽑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셋째 유능한 최고 경영자를 뽑는 것만으로 경영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최고경영자를 공개모집해서 뽑았건 임명했건 그 사람이 진짜 일할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자리에만 앉혀놓고 정부가 이런저런 간섭을 한다면 능력을 발휘할 여지는
없어진다.

선수선발권과 작전권 없는 감독에게 경기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책임을
지울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넷째 최고경영자의 경영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공기업의 경우 수익성을 지나치게 강조할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이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과 요금이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따라 수익성은 달라지게 되는데 그러한 수익성은 엄밀히
따지면 경영자의 경영능력과 관계가 없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수습해야할 때가 있고 강하게
결단을 내리거나 부드럽게 양보해야할 때는 수없이 교차한다.

어떤 경우든 책임있는 자리에는 이에 걸맞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앉아야
한다.

그런 사람은 조직안에서도 찾을수 있고 외부에서 찾을수도 있다.

이번 공기업사장 공개모집이 어떤 자리든 가장 유능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