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홍콩 증시가 10년만에 최대의 주가폭락사태를
빚으면서 세계 증시의 동반하락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도 매우
우려되는 사태가 아닐수 없다.

기아사태의 처리방향이 가닥을 잡으면서 모처럼 안정기미를 보이던
국내 금융시장을 또다시 불안상황으로 되돌려 놓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경제를 멕시코사태나 동남아의 금융위기 상황으로까지 빠져들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기아의 법정관리방침이 발표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34포인트나
오르는 주가폭등현상을 보였으나 24일에는 하룻만에 33포인트나 급락,
570선을 간신히 지켰다.

또 환율도 급등세를 보여 달러당 9백30원에 육박해 원화가치의 하락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을 금융위기국면의 시작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홍콩의 금융불안이 그 촉매역할을 할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주가하락과 원화가치의 하락이 며칠째 지속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특히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연일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홍콩의 주가폭락 배경과 전망을 짚어보면 더욱 그러한 우려를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홍콩의 주가폭락은 홍콩달러에 대한 국제 환투기세력의 공격을 막기 위해
단기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비롯됐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동남아 금융위기의 북상으로 볼수있다.

물론 24일 주가는 다소 회복되기는 했으나 중국당국과 국제 금융기관의
개입에 따른 것으로 근본적인 원인해소로 보기는 어렵다.

사실 동남아 금융위기의 본질은 아시아경제에 대한 불신과 이로 인한
미국 유럽등 서구 투자자들의 자금회수라고 본다면 결코 일시적 현상으로
볼수만은 없다.

때문에 그 파장은 일시에 그치지 않고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아야
마땅하고, 자칫 좀더 북상하면 다음은 한국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충분히
해볼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금융기관은 물론 경제계도 이번 홍콩사태의 추이를
보다 주의깊게 살피면서 국내 경제 파장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미리 미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일은 국내 금융시장이 조속한 안정이다.

대기업도산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금융경색을 좀더
빠른 시일내에 해소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고 동시에
환율안정에 대한 외환당국의 정책의지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초기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걷잡을수 없는 혼란에
빠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환율 급등,즉 원화가치의 급락은 벌써 그 속도와 폭이
위험수준에 와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물론 경제를 안정시켜나가는 것은 정부 정책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금융기관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공멸을 불러올 수있는 무차별적인 채권회수 등은 지양돼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