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연출 송영재).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유부도의 처참한 실상을 공개한 "잊혀진 죽음의
섬"편으로 감춰진 진실을 캐내기 위한 제작팀의 노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다소 충격적이고 거친 화면구성이 거슬리지만 고발프로그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충남 장항에서 뱃길로 5km 지점 서해바다에 떠있는 섬 유부도.
이 섬은 결코 아름답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수심원"이라는 정신질환자 수용소가 섬을 끔찍하게 만들기 때문.
수용자들은 1년 내내 소금국에 꽁보리밥을 먹고 한겨울에도 맨발로
지내야 하며 극심한 구타와 폭행, 불법감금, 부당한 노역에 시달린다.
정신이 성한 사람까지도 치료와 보호라는 명목하에 십년이 넘는 세월을
지옥속에 갇혀 있다.
이곳의 실태는 지난 92년 "그것이..."를 통해 보도돼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5년이 흐른 지금 현실은 어떨까.
"그것이..." 취재팀은 지난 9월12일 수심원을 탈출한 신남철씨의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뒤 이성재의원을 포함한 취재팀을
꾸려 같은달 25일 5년만에 유부도를 다시 찾았다.
놀라운 사실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점.
조개채취와 야산 개간 등 강제노역에 동원되고 치약, 화장지 등
최소한의 생필품조차 지급이 안돼 악취가 풍기는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정신질환자들의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금전출납부 조작을 통해 요양소 운영비가 바깥으로 새고 있는 것도
똑같았다.
라면을 먹기 위해 성추행도 감수해야 한다는 원생의 증언, 1개월이상
수갑이 채워진채 독방에 감금된 남자원생의 모습.
화면으로 비춰지는 비참한 생활상은 문성근의 극적 내레이션과 함께
강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편 이번 취재로 보건복지부는 수심원을 폐쇄키로 했다.
비리의 장본인인 원장은 구속됐으며 이사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그것이..." 제작팀이 일궈낸 귀중한 결실이다.
현장성있는 화면구성에만 의존, 정신보건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환자의 인권문제등이 심층적으로 다뤄지지 못한 면이 있지만 그동안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여론환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점수를 줄만하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