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짖는 소리마라" "가만 있어" "도둑 X아"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24일 국회본회의장.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의원들은 첫번째 질의자인 신한국당 이규택 의원이
직설적으로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 및 병역기피 의혹 등을 거론하자 거친
말들을 주고받으며 얼굴을 붉혔다.

이런 여야싸움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대선을 50여일 앞둔 때문인지
이날은 "적대감"마저 감돌았다.

사실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신한국당 국민회의 등 여야
당사, 대선후보들의 캠프가 포진하고 있는 여의도 한켠은 요즘 이런 적대감이
가득한 전쟁터로 바뀌었다.

"전쟁"이라는 표현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대선
후보 입에서 "성전" "혁명" "실탄"같은 말이 튀어나오고, "적"이라는 말까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여의도가 전쟁터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이런 전쟁의 결과, 여야후보들은 모두 "정신병자" "빨갱이" "강도"
"사기꾼" "환자" "이중인격자" "거짓말장이"로 상처를 입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후보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또 국회의사당 10만평을 포함해 90만1천4백50평에 불과한 여의도 곳곳도
여야간 전쟁으로 파괴된 흔적이 즐비하다.

노조가 붙인 대자보들이 가득한 기아자동차 본사현관, 그리고 이날 주가
폭락으로 썰렁한 광장너머 증권가, 부도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노점상들.

문제는 이런 전쟁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은 원래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휴전이란 것도 상상할 수 없는듯하다.

후보들의 환부는 더 커지고 이런 후보들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 국민들은
그들과 함께 한꺼번에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몰려야 할 판이다.

어쨌든 이런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여야정치인들에게 무슨말을 하고
싶을까.

바로 이날 본회의장에서 여야의원들이 주고 받던 거친 말들이 아닐까.

손가락질과 함께.

허귀식 < 정치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