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로 남을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 주거환경의 변화와 사람의 들고 남을 얘기했던
이 속담을 이젠 "자고 나면 강산이 변한다"라고 써야 하지 않을까.

불과 60~70여년 사이에 우리의 주변환경은 거의 완벽하게 도시적으로
변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빌딩이나 아파트
군이 형성되고 있다.

이제는 산과 구릉지까지 파헤쳐져 무차별적인 개발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고지대의 불량주택지들도 개발 바람 속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되어 도심내에는 평지나 산을 불문하고 새로운 빌딩 숲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산을 깎아 만든 아파트는 전망은 좋을지도 모르지만 풍수적인
측면에서는 큰 흉이 된다.

고려 충렬왕때 나온 "도선밀기"라는 책에 의하면 다산을 양, 희산을
음이라 하며, 집이 높으면 양 낮으면 음이라고 되어 있다.

즉 땅을 음양으로 구분할 때 산이 많은 곳은 양, 산이 적은 곳은 음이고,
고층의 집은 양, 저층의 집은 음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이 많은 땅에 고층으로 건물을 지으면 양과 양의 상태가 되어
부조화를 이루어 좋지 않다고 봤고 저층건물을 지어야 음양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음과 양이 조화되어야 생기의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산이 많아 국토가 양인데 여기에 양의 성질을 가진
높은 집을 지으면 양과 음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큰 화를 받으므로 집을
낮게 지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다행히 얼마전 서울시가 발표한 재개발 조례에 의하면 경사도가 21도
이상인 지역은 재개발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해 산에 고층아파트를 짓는
행위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함께 재개발 용적률 200%이하, 재건축 용적률 300%이하로 하향 조정,
인간을 쾌적한 환경과 격리시키는 행위를 제한하게 함으로써 땅과 호흡하는
주거문화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첨성대와 황룡사 9층탑을 만들 정도의 정교한 건축기술을 가졌던
우리 선조들은 왜 높은 건물을 짓지 않았을까.

그것은 지금과 같이 인구가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풍수지리의
이치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집이란 생기를 받아야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대지가 지기를
누리기에 양호한 곳에만 집을 지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집을 낮게 짓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옛날에는 옛날의 논리가 있고 오늘날에는 오늘날의 논리가 있다.

인구가 늘어나고 도심 밀집도가 심화된 만큼 아파트나 고층빌딩을
짓더라도 주변의 환경과 택지의 높고 낮음에 따라 낮은데는 높이 짓고 높은
지대에서는 낮게 지어 조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풍수는 인간이 가장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가려내는 것이다.

굳이 풍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앞으로 산비탈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아파트는 더이상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개발을 하기전에 풍수적
화의 논리를 한번쯤 참고하는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