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97 세계디자인총회(ICSID)"에서
우리나라는 오는 2001년 총회 개최국으로 결정됐다.

세계디자인총회 유치는 우리나라 산업디자인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릴
기회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KIDP)은 ICSID 유치를 계기로
"21세기 한국디자인의 과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란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 좌담회에는 부수언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회장, 정경연
한국텍스타일디자인협회(KTDA)회장, 정국현 삼성전자이사, 이일규
통상산업부 산업디자인과장, 이순인 KIDP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KIDP의 이 본부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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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이순인 본부장) =토론토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브라질을 제치고
2001년 세계디자인총회(ICSID) 개최국으로 결정되던 때를 돌이켜 보면
지금도 가슴이 떨립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그곳에 계셨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는 세계디자인총회 개최를 우리나라 디자인이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앞으로 디자인계가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ICSID 유치의 의미를 정리해 주시지요.

<> 이일규 과장 =세계디자인총회 유치성공은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와
한국텍스타일디자인협회(KTDA) 등 디자인단체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기업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KIDP) 정부의 긴밀한 협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KAID를 비롯한 디자인단체들은 토론토 현지에 40여명으로 구성된 유치단을
파견해 한국 붐을 조성하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기업들도 토론토 총회장에 대규모 디자인 전시관을 설치해 우리나라의
디자인 역량을 과시했습니다.

KIDP도 24개국에 ICSID 유치단을 파견하는 등 총회유치에 앞장서 왔습니다.

특히 KIDP가 세계 주요 산업디자인 관련기관과 업무제휴를 맺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봅니다.

정부도 지난 92년 "산업디자인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우면서 ICSID 유치
추진을 포함시켰습니다.

또 유치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각국의 디자인 기관에 협조요청서를 보내는
등 총회유치를 측면지원했습니다.

<> 부수인 교수 =ICSID 유치의 의의에 대해서는 이과장께서 잘 정리해
주셨기 때문에 저는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2001년 세계디자인총회 개최를 민간의 산업디자인이 발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회유치에 큰 몫을 했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이 앞으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KAID와 KTDA를 포함해 디자인관련 단체들도 총회개최일까지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는 등 디자인 붐을 일으키기 위해 힘써야겠습니다.

<> 정국현 이사 =토론토 총회는 현지 기업들의 참여가 부진해 반쪽만의
행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현지의 한 컴퓨터업체가 총회장에 10여평 남짓한 부스를 설치한 것이 고작
이었지요.

국내 기업들이 전시부스를 마련한 것은 우리가 가진 디자인 역량을 보여
주면서 총회유치를 지원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전시관을 찾은 외국의 대표단들도 한국을 대표하는 3개 기업이 대회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것을 높게 샀습니다.

2001년 총회 개최를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 정경연 교수 =2001년 총회가 산업디자인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세계4위의 섬유수출국으로서 텍스타일디자인의 중요성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디자인계의 인식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토론토 회의에 참가해 외국의 텍스타일 디자인 관련 단체들과도 많은
유대를 맺었습니다.

이를통해 세계적으로도 텍스타일 디자인이 디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총회유치를 위해 뛰는 과정에서 기업과 디자인관련 단체 학계가 긴밀히
협조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총회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디자인계가 화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 =2001년 총회는 21세기를 여는 첫해에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큽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세기의 디자인 흐름을 타는데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지요.

총회 개최까지 앞으로 4년간 국내 디자인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려 국가
이미지도 높이고 수출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각 기관들은 2001년 총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들어보겠습니다.

<> 부 교수 =세계디자인총회 개최의 궁극적인 의의는 한국의 디자인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디자인 역량과 전통을 밖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총회 준비를 맡을 ICSID 조직위원회는 총회개최 전후로 우리의
디자인을 밖으로 알릴 다양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행사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저희 KAID는 국내 디자이너들을 국제화시키는데 주력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해외 디자인단체들과 상호 호혜협정을 맺어 나가겠습니다.

또 다양한 산업디자인 관련 이벤트를 열 계획입니다.

특히 오는 99년 "인터디자인" 행사에는 많은 해외디자이너를 초청, 우리의
디자인을 알릴 예정입니다.

<> 정 교수 =저희 한국텍스타일디자인협회는 총회 개최를 텍스타일 디자인
의 국제화 맥락에서 접근하고 합니다.

텍스타일 관련 각종 국제행사를 ICSID와 연계시켜 총회 기간을 섬유디자인
축제기간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또 한국 텍스타일 디자인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손수건 넥타이 스카프
등 다양한 소품을 개발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관련 중소기업들의 디자인능력을 향상은 물론 행사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재원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밖에도 면이나 실크 삼베등 우리의 전통 소재들을 널리 알릴 다양한
이벤트 행사도 준비하려 합니다.

<> 정 상무 =오는 2001년 총회가 국내 기업들뿐 아니라 앞으로 디자인너
개개인에게 세계의 디자인 흐름에 눈을 뜨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국 출신의 디자이너들이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 무대에서 활동
한다면 국내 기업들에게도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물론 총회 개최를 계기로 기업들도 디자인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어야
하겠지요.

특히 우리 문화적 전통을 디자인으로 현대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 이 과장 =정부도 금년말이나 내년초중 ICSID 조직위원회를 꾸릴 계획
입니다.

조직위원회는 2001년 총회 개최때까지 디자인 관련 국제학술대회와 박람회
등 많은 국제행사를 준비할 것입니다.

아울러 21세기의 디자인 발전을 위해 디자인센터를 세우는등 디자인 인프라
구축에도 역점을 둘 것입니다.

마침 지난 93년 세운 디자인발전 5개년 계획이 올해로 끝납니다.

새로운 장기 산업디자인진흥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총회 준비계획을 포함
시킬 계획입니다.

<> 사회 =토론토가 속해있는 온타리오주는 지난번 행사준비를 위해 수백명
의 디자이너가 모여 워크샵을 열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2001년 총회 준비를 위해 디자인계가 한데 모여 역할분담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 부 교수 =우선 정부는 디자인 중장기 정책을 수립해 인프라쪽을 집중
지원해야 합니다.

디자인 관련 단체와 기업등으로 디자인정책운영단을 구성해 그 목소리를
듣는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총회개최 2년전인 99년경부터는 각 단체가 세계각국을 돌며 다양한
행사를 열어 우리의 디자인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각 단체별로는 발행 잡지등에 국영문을 함께 쓰면 좋겠습니다.

또 디자이너 개인의 역량은 기업이나 국가전체의 디자인 경쟁력에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내 디자이너를 스타로 키우는 것도 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 정 교수 =이번 총회유치를 계기로 디자인 전반이 고르게 발전했으면
합니다.

비행기와 자동차 껍데기는 자체 디자인하더라도 비행기 카펫이나 자동차
시트의 디자인은 수입한다면 디자인 발전의 의미는 퇴색합니다.

넥타이나 손수건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포장디자인이 발전하지 못하면
제값을 못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앞으로 디자인계가 모든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 점을 배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도 발전이 상대적으로 덜한 부문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겠지요.

<> 정 이사 =전세계 전자제품의 30~40%는 아시아에서 생산됩니다.

그러나 그 디자인은 서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혼을 담아 상품을 만드는 것이 저희 기업들이 할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이지 않는 곳의 디자인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간에 디자인에 관한 교류가 많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 사회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국민들께 디자인 중요성에 대해서 한 말씀씩 하시지요.

<> 정 이사 =문명의 이기들이 시간이 지나면 다 유산이 됩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이 디자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디자인 발전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부 교수 =국민들의 디자인에 관한 의식이 변하는데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이란 얘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 불과 몇년만에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무척 커졌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디자인 저변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 기초교육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봅니다.

초중고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교사는 있어도 전담하는 교사는 없습니다.

이는 정부가 풀어갈 문제가 아닐까요.

<> 이 과장 =영국의 디자인 관련 기관이 디자인 발전을 위해 중요한 두가지
요소를 꼽은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향력있는 인사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닿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 정 교수 =한국의 전통 디자인에는 독특한 철학이 있습니다.

이는 서구의 물질문명이 갖지 못하는 깊이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현대화한다면 우리의 디자인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 사회 =오늘 하신 말씀들은 우리의 정체성을 발굴해서 디자인으로 승화
시키고 이를 밖으로 알리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리=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