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빠른속도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동아시아 주가폭락 파장이 국내 자금시장까지 강타
하고 있다.

통화당국이 최근 잇따라 대거 돈을 시중에 풀고 있는데도 외환시장 불안
으로 당국의 달러매도 개입이 본격화되면서 원화환수로 인해 자금부족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한 은행등이 원화 운용을 보수화하고 있기 때문
이다.

더욱이 기업들이 정부의 자제요청에도 불구, 환투기를 위해 외화예금을
늘리면서 원화시장으로 유입될 자금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자금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다 "월말자금수요에다 28일 부가세 3조5천억원이 국고로 환수되게
돼있어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자금운용을 보수화하고 있는 것도 금리를
상승세로 돌아서게 한 요인"(동양종금 남궁훈 차장)으로 보인다.

기아처리가 법정관리로 결론나면서 불안이 가시기도 했었으나 이 역시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부담요인이 됐다.

파업이 길어지고 채권단과 기아의 대치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하청업체의
연쇄부도 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24일 금융시장에서는 회사채(3년)유통수익률은 3일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수익률도 반등세로 돌아섰고 3개월짜리
기업어음(CP)할인율도 올라 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섰다.

특히 정부가 은행신탁과 종금사에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CP(기업어음)회수
자제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만기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한계기업의 자금난은
쉽게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콜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콜시장에서는 이날 7천억원이상이 모자라 가까스로 부족자금을 메웠다.

금융계는 기아의 법정관리 해법에 따른 금리하락요인이 이미 어느정도
반영된데다 월말 종합토지세 2조원등 자금수요가 만만치 않아 이달말까지
금리하락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11월 들어서는 자금비수기인데다 선거를 앞두고 통화가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돼 동아시아 증시의 불안만 어느정도 해소되면 자금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