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발효식품인 김치는 완전한 건강식품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염장 및 훈제육류, 소금에 절인 채소(피클) 등 염장발효식품
전반에 대한 발암성 여부가 20여년전부터 세계적인 우려를 불러오면서
김치도 도마위에 오른 적이 있다.

김치는 주재료인 배추가 식물학적 특성과 질소비료의 사용량증가로 많은
질소를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배추에 함유된 1천~2천5백PPM의 질산염(-NO3)은 젖산균에 의해
발효되면 아질산염(-NO2)으로 환원된다.

아질산염자체가 발암원일뿐만 아니라 이것이 아민(-NH2)과 결합하면
니트로소아민(-NNONH2)이라는 더욱 위해한 발암물질을 만든다.

배추는 여러 양념이 첨가되는데 젓갈이나 고추에는 2급아민이 많이 들어
있어 발암성을 더욱 촉진한다는게 일각의 주장이고 아직도 이 설명은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고려대 자연자원대학 이철(농화학과) 교수는 "배추는 pH(수소이온농도)
6.8~7.0을 띠다가 발효돼 김치가 되면 pH4.2~4.5로 산도가 높아지게 된다"며
"이 상태에서는 니트로소아민이 생성되기 힘들며 웬만한 식중독 유발세균도
죽는다"고 설명했다.

또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비타민C(아스코르빈산) 페놀성화합물 아미노산
유기산 젖산균 등이 아질산염을 환원시켜 질산화가스(NO)상태로 공기중에
배출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발암 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이 생성되기 힘들다"
고 덧붙였다.

특히 "아스코르빈산의 환원작용이 뛰어나 어떤 김치에든 이를 첨가하면
발암성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염장육류에서 처럼 pH가
알칼리성을 띨때 니트로소아민이 생기는 것이지 산성에서는 생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냉장고 및 암예방 지식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국내 위암 발병률이
현저하게 줄지 않고 있는 것은 김치를 많이 먹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고농도의 소금과 맵고 자극성인 고춧가루는 위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확실시 되고 있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3%의 소금농도로 5도에서 3주정도
발효시키면 항암성과 항돌연변이성이 높아진다는 실험결과가 나와있다"며
"고춧가루를 적게 넣으면 고추의 항암 및 면역강화성분인 캡사이신이 활성화
돼 오히려 항암성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이밖에 마늘의 지용성성분은 항암물질로 파 양파 생강 등도 김치의 나쁜
성분을 중화 해독시키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한편 냉장고 보급으로 음식의 부패는 효과적으로 억제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음식의 미세한 변화로 인해 어떤 발암성이 부각될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설명도 있다.

좋은 김치와 나쁜 김치는 발효기간 및 온도, 염도나 첨가물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추정된다.

박교수는 항돌연변이효과를 실험해본 결과 막 담근 생김치나 6주가량
발효시킨 과숙한 김치보다 3주가량 적절하게 숙성한 김치가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숙성온도면에서는 4도 냉장온도에서 발효시키면 발암물질인 니트로소디메틸
아민(NDMA)의 농도가 서서히 증가해 4주째에 2.7마이크로g/kg으로 최고농도에
이른다.

반면 14~18도의 실온에서 발효시키면 6주째 최고농도 49.6마이크로g/kg에
이르다 6주째는 0.9마이크로g/kg으로 낮아진다는 실험결과여서 참고할만
하다.

김치의 염도가 1.5%가량으로 너무 낮아도 좋지 않다.

2.5~3.0%의 보통김치보다 니트로소아민이 많이 생긴다는 실험결과가
나와있다.

또 다른 실험결과에 따르면 새우젓을 첨가할때 멸치젓 액젓보다
니트로소아민이 더많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속에 해물이나 육류를 양념으로 넣거나 식사때 같이 먹으면
니트로소아민 생성량이 증가하며 이것이 방귀성분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특성은 설익은 김치일수록 심해진다고 한다.

이밖에도 좋은 김치가 되기 위해서는 음이온수 자화수 알칼리수로 배추를
씻어 배추가 갖고 있는 젖산균을 보존한채로 담그고 정제염보다는 천일염
죽염 볶은 소금을 사용하는게 좋다는 주장이다.

또 질그릇에 담아 독성물질이 그릇의 무수한 구멍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