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인데 다른 일이 무슨 소용 있습니까.

터진 봇물부터 막아보자는게 검찰의 순수한 입장입니다".

박순용 대검중앙수사부장은 27일 열린 전국특별수사부장검사회의의 개최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라의 최우선과제인 경제회생을 위해 검사가 무얼 할 수 있는지를 심각
하게 고민하는 자리였다는 것.

이는 예년의 검찰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검사들에게 지역경제인들을 만나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알아보도록
독려할 방침이며 이는 검찰상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검찰이 경제살리기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다소 생소하다.

그 배경과 추진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검찰권도 21세기 세계 일류국가 진입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맞춰 사용돼야
한다.

나라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워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때
경제회생을 위해 검찰권을 행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며 이는 국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이자 예의이다".

-구체적인 검찰권 행사방안은.

"기업주보다는 실무자 조사로 사건을 처리하고 기업사정을 감안, 소환
일시를 결정하며 무차별적인 출국금지조치를 지양하는 등 절차상의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하겠다.

다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신중하게 고려해 단속대상과 수위를
조절해 나가겠다".

-이번 특수부장회의에서 마련한 경제회생을 위한 검찰권 행사방안이 기업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기업이 피해자인 경우뿐만 아니라 기업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절차상의 여러 편의를 제공, 기업의 정상활동을 최대한 보장해 줄 방침이다.

기업인에 대한 특전인 셈인데 경제활동 의욕을 크게 고취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태정 검찰총장도 취임때부터 경제회생을 강조하고 있으나 검찰내 경제
전문가들이 별로 없는 것도 현실이다.

경제통을 양성하는 방안이 따로 있는가.

"법무연수원에서 경제수사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앞으론
교육과정을 세분화, 금융 보험 증권 무역 세무 등 각 분야의 전문수사검사를
양성키로 했다".

-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에 대해 내사를 하고 있다는데...

"김회장이 개인의 욕심때문에 대기업을 볼모로 잡아 국민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김회장 주변에 대해 광범위하게 자료를 스크린하고 있다.

-경제회생을 위한 검찰권 행사가 자칫 소극적인 검찰권 행사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수도 있다.

"기업인에게 특전을 부여하되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거나 침체시키는
범죄에 대해선 강력히 처벌하자는게 본래 취지다.

오히려 저해사범을 집중력있게 처벌하자는 것이다".


-"우선단속 대상 지역특색범죄"의 선정경위와 구체적 단속 방법은
무엇인가.

"각 지역의 지리적 여건 경제적 기반 경제회생저해요인 등을 고려, 지역의
특색범죄를 선정했다.

또 그 구체적인 단속방법은 경제단체 유관기관과의 정례적인 회동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 표본수사를 한뒤 유사한 지역의 관할 검찰청간의 공동
수사내지 전국단위의 기획수사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남궁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