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최고경영자".

미국의 어느 친형제가 동시에 그룹내 두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친족경영이란 개념이 거의 없고 주주들의 권한이 막강한 미국에서는 형제가
같은 그룹내에서 CEO가 되는 일이 매우 드물다.

과거 형제가 시기를 달리해 가며 그룹내의 CEO가 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동시에 현역으로 CEO가 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존 스미스(59)와 마이클 스미스(54).

92년 세계 최대자동차회사인 GM의 CEO가 된 형의 뒤를 이어 지난 20일
동생이 휴즈일렉트로닉스의 CEO로 선출된 것이다.

휴즈일렉트로닉스는 86년 GM에 합병된 굴지의 정보통신기업.

형제가 모두 말단에서 시작해 최고의 지위에 올랐으니 가히 난형난제라
할 만하다.

스미스형제는 매사추세츠의 워스터 출신.

아일랜드계 카톨릭집안에서 태어나 모친의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일을 도와
주면서 일찌기 비즈니스세계를 알게 됐다는 후문이다.

GM그룹내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은 대개 "중서부지역 태생, 아이비리그
(동부명문대학) 출신"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스미스형제는 어느쪽도 이같은 배경을 가지지 않았다.

형은 코넬대학(아이비리그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았으면서도 여자친구와
떨어지기 싫다는 "순진함" 때문에 매사추세츠대학에 진학한 인물.

후에 그는 이 여자친구와 결혼에 성공한다.

반면 동생은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 육군장교로 베트남전에 참가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68년 GM에 들어오기전까지 중앙정보국(CIA)에
들어가길 원했던 인물.

동생 역시 고교시절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두사람은 나중에 경영학을 공부, GM의 회계부문에서 성장한 이력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86년 휴즈일렉트로닉스가 GM에 합병되자 동생이 자리를 옮기면서 헤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