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시안정을 위해 기관투자가에 적극적인 매수를 요청했다.

기관들의 매수여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외국인 매물을 받아낼수 있을까.

외국인 매도에다 일반인마저 투매에 가담하고 있어 기관들의 얼굴은 더욱
어두운 표정이다.

대형 투신사의 경우 회사당 1천억원수준의 현금여력을 지니고 있지만 시장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
이다.

현금여력이 풍부하다는 보험사나 은행 증권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세전환이 가시화되기 전에는 "매수여력"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오전과 오후 2회에 걸쳐 정부에 운용결과를 보고하는 마당이라 매수우위를
보이고는 있지만 기관들은 대체로 전반적인 매수여력마저 크지 않다는 견해를
비치고 있다.

<> 투신 =대형 투신사 관계자들은 회사마다 1천억원가량의 현금여력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정도라면 어느정도 매수여력이 있는 편이지만 시장전망이 불투명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가 껄끄러운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고유계정에선 평가손에 시달리는데다 추가매수하려면 고리의 차입금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증권업협회의 요청대로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겠다고 자사주펀드에
가입한다면 이를 통한 적극적인 매수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전과 포철에 대해서도 자사주펀드를 기대하는 눈치다.

<> 은행 =은행 관계자는 신탁계정에선 당장의 매수여력이 많지 않아 일반
불특정금전신탁의 자금을 돌려(편출입) 주식매매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실적배당부 상품에서도 위험성이 따르는 주식매수에 나서기는 곤란한 상황
이다.

때문에 매매규모를 늘릴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계정에서도 은행마다 5천억~7천억원에 달하는 보유주식이 평가손을
내 팔만한 물건이 없어 거의 운용을 못하는 처지라는 지적이다.

<> 보험 =현재로선 수조원에 달하는 주식보유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입장
이라는 것이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의 지적이다.

회사입장에선 어차피 운용자금이 부채인 상황이어서 고객을 생각한다면
맹목적으로 운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 결과 자산운용전략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한 하루 10억~20억원가량의
순매수에 그치는 상황이다.

<> 증권 =증권사 관계자도 매수여력 자체보다도 시장여건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형사의 경우 그동안 상품주식 보유규모를 3천억원수준으로 줄여온 증권사
들이 지금 상황에서 다시 보유규모를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루에 1억원이상의 순매수를 유지하기도 벅차다는 생각이다.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