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증시침체에 시달리는 증권맨들의 부업갖기는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부업중 가장 힘들다는 택시기사를 하는 영업직원까지 나와
증권가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S증권 지점영업직원중 퇴근후 핸들을 잡는 직원은 5명이나 된다.

이들은 폐장과 동시에 넥타이를 풀고 자정이나 새벽1시까지 운전대를
잡는다.

귀가를 하면 초죽음이 되지만 가계의 안정을 위해 고객상담이나 개인공부에
할애하던 시간을 이용해 어쩔수 없이 부업전선에 뛰어든 것.

쌍용증권 M지점에서 일하던 S차장은 부업을 아예 직업으로 바꾼 사례.

몇년전 친구와 동업으로 3M사의 대리점을 운영, 낮에는 친구가 일하고
퇴근후에는 자신이 가게를 지키다 얼마전 아예 증권사를 때려치우고 대리점
사업에 매달리기로 했다.

손해를 배상하라며 멱살잡이를 당하는 경우를 더 이상 참을수 없었기 때문
이다.

증시침체는 또 증권사 미혼남녀들의 결혼전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D증권 조사파트의 K모씨는 대학부터 연애해 결혼을 약속한 애인과 최근
심각한 불화에 빠졌다.

졸업후 곧바로 증권사에 취직이 되자 돈을 좀 모은뒤 결혼식을 올리려고
마음먹은 것이 화근.

주가 폭락으로 몇푼 있던 돈마저 거덜나자 안정된 직장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 학원강사 애인과 사이가 틀어진 것.

이밖에도 끝이 안보이는 증시 폭락으로 빚에 쪼들리다 못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다단계 판매조직에 몸담는 동료도 적지 않다는게 일선 증권맨들의
자조섞인 말이다.

< 백광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