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는 화폐를 만들면서 발권당국이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화폐의 액면단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라는 점과 화폐의 액면종류를
몇가지로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자는 화폐의 액면체계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화폐의 권종수에 관한
것이다.

액면체계와 권종수는 모두 국민들이 현금을 사용하는 습관과 거래단위 등을
고려한 편의성을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액면체계가 다분히 이론적인 면이 가미되고 있는 반면 권종수는
물가및 소득수준 등이 고려된 실용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는 점이 다소 다르다
고 할수 있다.

또한 액면체계와 권종수는 국민들의 일상적인 거래편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는 여타 지급결제수단의 발전과 화폐제조비용및
유통관리비용 등에도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따러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바람직한 액면체계와 권종수를 어떻게
갖추느냐가 발권정책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먼저 화폐의 액면체계를 결정하는데는 일반적인 규칙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1(1천원 1만원 등) 또는 5(5백원 5천원 등) 단위의 화폐만
사용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1, 5] 단위 외에 2 또는 2.5의 화폐가 있는
나라도 있다.

이와같이 10진법을 기준으로 화폐의 액면구조는 크게 [1, 5]와 [1, 2, 5]
또는 [1, 2.5, 5] 체계로 대별할수 있고 여기에 [1, 5]+[1, 2, 5]나
[1, 5]+[1, 2.5, 5]의 경우처럼 혼합 또는 변형된 액면체계를 가진 나라들도
있다.

한 나라의 액면체계는 이처럼 그 나라 국민들의 현금거래 습관과 편의성,
여타 지급결제수단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는 것으로 어떤
액면체계가 최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1, 5, 10, 1백]이나 [1백 5백 1천 5천 1만] 등과 같은
[1, 5] 체계는 화폐단위가 단순해 국민들이 화폐를 쉽게 인식하고 제조 관리
비용의 절약도 도모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2, 20, 2천, 2만] 등과 같은 중간단위의 화폐가 없어 거래상 다소
불편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다시말해 우리나라에서는 물건값이 2천원인 경우 1천원짜리 2장으로 계산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만약 2천원짜리 화폐가 있다면 1장으로 간단
하게 계산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1, 2, 5]및 기타 혼합체계는 중간단위 화폐가 있음으로써 거래편의를 도모
할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로인해 오히려 국민들의 화폐에 대한 변별력이
다소 떨어지고 발권당국이나 금융기관등의 화폐제조및 관리비용이 증가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한편 화폐의 권종수는 같은 액면체계를 가진 나라의 경우에도 그 나라의
물가와 소득수준및 사회관습 등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

예를들어 같은 [1, 2, 5] 체계를 가진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은행권
종류를 보면 독일은 [5, 10, 20, 50, 1백, 2백, 5백, 1천] 마르크 등 8개
권종이 있는가 하면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5, 10, 20, 50] 파운드및
[50, 1백, 2백, 5백] 프랑으로 4개 권종밖에 없다.

< 여운선 한국은행 발권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