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254) 제8부 누가 인생을 공이라 하던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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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수 박사는 제약회사 직원 박광석과 데이트를 하는날 공교롭게
민박사에게서 두터운 편지를 한통 받는다.
그러나 공인수는 그 속에 있는 내용이 구질구질한 변명이거나 속뒤집는
용서하라는 소리 같아서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완벽하게 민박사를 잊어버린다.
사실 그 편지를 구구절절히 자기를 용서하라는 기독교정신에 의거한
논문이었다.
지금 공인수에게는 그러한 거창한 철학도,심오한 도덕적 강연도 그 어떤
것도 안 들어온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다이아몬드 같은 남자 박광석을 만나서
맘껏 하룻밤을 즐겁게 보내고, 또 나이가 든 총각이니만큼 결혼하자고
덤빈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배짱으로 몸치장을 단단히 하고 신라로 나간다.
열살의 연령쯤 큰 갭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박광석은 마흔이훨씬 넘어보이는 덩치 큰 남자이고 공박사는
단단하게 생긴데다가 너무 맑고 깔끔해서 자기로 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박광석은 너무나 기대하던 공인수 박사가 데이트에 응하자 겁부터
난다.
혹시 이러다가 연상의 과부에게 장가들게 되는 것 아닌가?
하긴 서로 비슷한 과대망상을 드럼으로 엮어서 날리면서 식당으로
들어선다.
공박사보다 10분쯤 먼저 간 박부장은 예약한 자리에 앉자 공연히 얼굴이
붉었다 파랬다 안절부절이다.
그는 공인수 앞에만 가면 어쩔 줄 몰라하는 자신이 참으로 민망스럽다.
드디어 검정 벨벳에 진주목걸이로 단정하게 장식한 공인수 박사가
나타나자 그는 벌떡 일어나면서 물컵을 엎지른다.
그러자 웨이트레스가 달려와 그의 옷에 묻는 물을 훔친다.
"어, 이거 참.
어서 그리로 앉으시지요.
제가 너무 당황해서 물컵이 놀라설랑 이렇게 됐습니다"
공박사는 웃으면서 마주앉는다.
"좀 더 침착하게 행동해보세요.
물이 저절로 엎질러진게 아니구 박부장이 컵을 쳤어요"
"아닙니다.
저절로 물컵이 엎어지더군요.
공박사가 오시니까 놀라서. 허허허"
메뉴를 들고온 아가씨가 부러운 눈길로 공박사의 세련된 옷차림을 찬찬히
보면서 겸손하게 메뉴를 받쳐준다.
"저, 저는요.
무조건 공박사님이 드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저는 냉면 정도가 좋겠어요"
"아닙니다.
오늘도 제가 한턱 크게 쓸 요량으로 나왔걸랑요.
더 좋은 것을 시키십시오.
갈비라든가 생고기라든가 이런 것으로요.
히히히, 스태미너로요"
"박부장님은 저녁을 거하게 드는 습관이 있으신가요?
저는 냉면이면 됐어요"
그녀는 쌀쌀맞게 시치미를 딱 뗀다.
그러자 박부장도 그녀를 흉내내면서, "저도 냉면 한 그릇이면 됩니다"
한다.
아주 쌀쌀하게.
그게 또 그렇게 웃긴다.
"저, 실은 오늘 저의 엄하신 자당께서 선을 보라는 날인데 다 뿌리치고
이리로 왔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
민박사에게서 두터운 편지를 한통 받는다.
그러나 공인수는 그 속에 있는 내용이 구질구질한 변명이거나 속뒤집는
용서하라는 소리 같아서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완벽하게 민박사를 잊어버린다.
사실 그 편지를 구구절절히 자기를 용서하라는 기독교정신에 의거한
논문이었다.
지금 공인수에게는 그러한 거창한 철학도,심오한 도덕적 강연도 그 어떤
것도 안 들어온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다이아몬드 같은 남자 박광석을 만나서
맘껏 하룻밤을 즐겁게 보내고, 또 나이가 든 총각이니만큼 결혼하자고
덤빈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배짱으로 몸치장을 단단히 하고 신라로 나간다.
열살의 연령쯤 큰 갭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박광석은 마흔이훨씬 넘어보이는 덩치 큰 남자이고 공박사는
단단하게 생긴데다가 너무 맑고 깔끔해서 자기로 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박광석은 너무나 기대하던 공인수 박사가 데이트에 응하자 겁부터
난다.
혹시 이러다가 연상의 과부에게 장가들게 되는 것 아닌가?
하긴 서로 비슷한 과대망상을 드럼으로 엮어서 날리면서 식당으로
들어선다.
공박사보다 10분쯤 먼저 간 박부장은 예약한 자리에 앉자 공연히 얼굴이
붉었다 파랬다 안절부절이다.
그는 공인수 앞에만 가면 어쩔 줄 몰라하는 자신이 참으로 민망스럽다.
드디어 검정 벨벳에 진주목걸이로 단정하게 장식한 공인수 박사가
나타나자 그는 벌떡 일어나면서 물컵을 엎지른다.
그러자 웨이트레스가 달려와 그의 옷에 묻는 물을 훔친다.
"어, 이거 참.
어서 그리로 앉으시지요.
제가 너무 당황해서 물컵이 놀라설랑 이렇게 됐습니다"
공박사는 웃으면서 마주앉는다.
"좀 더 침착하게 행동해보세요.
물이 저절로 엎질러진게 아니구 박부장이 컵을 쳤어요"
"아닙니다.
저절로 물컵이 엎어지더군요.
공박사가 오시니까 놀라서. 허허허"
메뉴를 들고온 아가씨가 부러운 눈길로 공박사의 세련된 옷차림을 찬찬히
보면서 겸손하게 메뉴를 받쳐준다.
"저, 저는요.
무조건 공박사님이 드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저는 냉면 정도가 좋겠어요"
"아닙니다.
오늘도 제가 한턱 크게 쓸 요량으로 나왔걸랑요.
더 좋은 것을 시키십시오.
갈비라든가 생고기라든가 이런 것으로요.
히히히, 스태미너로요"
"박부장님은 저녁을 거하게 드는 습관이 있으신가요?
저는 냉면이면 됐어요"
그녀는 쌀쌀맞게 시치미를 딱 뗀다.
그러자 박부장도 그녀를 흉내내면서, "저도 냉면 한 그릇이면 됩니다"
한다.
아주 쌀쌀하게.
그게 또 그렇게 웃긴다.
"저, 실은 오늘 저의 엄하신 자당께서 선을 보라는 날인데 다 뿌리치고
이리로 왔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