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세계증시폭락의 화약고역할을 한 홍콩이 지난밤
뉴욕에서 날라든 "제2의 블랙먼데이"비보를 접하고 힘없이 주저앉았다.

28일 홍콩증권시장은 전날(5.8%)에 이어 폭락세를 지속하면서 항셍지수가
한때 26개월만에 처음으로 9천포인트이하로 떨어졌다.

이날 항셍지수는 무려 13.7% 추락, 전날에 비해 1천4백38.31포인트가
떨어진 8천8백70.5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시전문가들은 홍콩증시의 폭락원인과 관련 "지난 23일 블랙서스데이
(10.4%하락)로 뉴욕 등 세계증시폭락을 촉발시켰던 홍콩이 뉴욕에서 날라온
"부메랑"에 다시금 역습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과 홍콩증시가 서로 물고 물리는 연결고리로 얽혀있다는 얘기다.

뉴욕증시와는 달리 거래중단 등의 안전장치가 없는 홍콩증시로선 현재
최대 관심사항이 이같은 폭락장세가 언제까지 연출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암흑(블랙)상태에 빠져든 상황에서 누구도 섣부른 예측을 하지
않고 있다.

< 김수찬 기자 >

<>.일본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자 도쿄증권거래소는 28일 야마구치
미쓰히데 이사장 명의로 투자자들에게 냉정을 호소하는 이례적인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도쿄거래소는 또 매매주문을 일부 제한하는 긴급 주가안정조치까지
취했으나 추락하는 주가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도쿄증시에서 주가폭락에 대한 긴급조치로 일부 매매제한까지 동원된 것은
지난 91년 걸프전쟁파장때 이후 처음이다.

미쓰즈카 히로시 일본대장상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각국과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일본 대장상은 또 "우리경제의 기초가 건전하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주식시장이 자율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강조했다.

도쿄증시의 거래인들은 일본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내수촉진책을 내놓을 수
있는지에 일본의 장기적 주가향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유럽증시는 전날에 이어 28일에도 개장초부터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일제히 폭락세를 나타냈다.

런던의 FT100지수는 전일대비 9.5% 폭락하기도 했으나 오후들어 하락세가
주춤해지면서 85.3포인트(1.8%) 떨어진 4,755.4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개장초 10분만에 무려 10%가 추락했던 프랑크푸르트의 DAX지수는 전일
대비 8% 떨어진채로 폐장됐다.

파리의 CAC40지수는 오전중 폭락, 거래중단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으나
오후들어 소폭 반등해 전일보다 4.3%가 빠진채로 마감됐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개장 5분만에 6% 폭락(말레이시아), 7% 곤두박질(필리핀.싱가포르).

동남아증시도 월가의 직격탄을 빗겨가지 못했다.

또 호주 주식시장도 거래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자 마자 9% 떨어져
87년 블랙먼데이이후 최대낙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동남아금융위기가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는
반응이었다.

태국 바트화위기이후 고조된 세계금융의 난기류가 월가에서 응축,
폭발하자 다시 그 파편이 동남아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동남아와 뉴욕의 연계고리는 다국적기업들이다.

동남아경제의 위기가 다국적기업의 수익률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는 월가의
우량주를 고꾸라지게 만들었고 다시 동남아시장에서 이들이 영업활동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떨어질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게 시장분위기다.

< 박재림 기자 >

<>.미국월가를 강타한 "홍콩태풍"은 남미주식시장에도 즉각적인 충격을
몰고 왔다.

27일 멕시코 등 남미대륙 증시는 오후들어 팔자주문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일제히 수직낙하, 곳곳에서 거래중단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멕시코의 IPC주가지수는 13.34%가 폭락, 87년이래 하루낙폭으로는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와함께 지난 주말 달러당 7.88페소에 거래됐던 페소화가 8.45페소까지
떨어지면서 올들어 처음으로 8페소대가 무너지는 등 멕시코통화위기의
재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브라질 역시 상파울루 및 리우데자네이루 증시에서 주가지수가 각각 14.9%,
13.9%씩 빠지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도 오후장 중반부터 추락을 거듭해
주가지수가 91년이후 최대하락폭인 13.73%가 떨어졌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