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 - LA타임스 신디케이트 독점전재 ]

역사적인 미-중정상회담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쩌민 국가주석이 중국 정상으로서 12년만에 미국을 국빈방문,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29일 정상회담을 갖게 됐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지난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불편했던 양국 관계를
복원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아가 21세기 신국제질서 재편의 분수령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대통령 집권초기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대중국 정책을 설계
했던 앤서니 레이크 조지타운대학교수(외교학)는 "미중정상은 양국의 협력
이야말로 아시아 평화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직시하고 실로 "진정한 대화"를
통해 합의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의 기고문을 옮겨 싣는다.

< 정리=유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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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다가오는 21세기가 "충돌의 시대"인지 "협력의 시대"인지를
가름하는 잣대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협력의 시대를 가져오도록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노력해
왔다.

클린턴 대통령은 장주석과의 이번 회담에서 관계개선의 핵심인 인권문제
등을 제기할 것이다.

미-중관계를 "이간시키는" 문제들을 지적함으로써 양국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다.

미-중 정상은 나아가 동아시아의 안정 등 공동의 전략적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재확인할 것이다.

중국은 아시아의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다.

우선 외적으로 중국은 14개국과 육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6개국과
해상 접경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중국방문기간중 관리들에게 중국의 이같은 위치를 미국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50년간 동아시아 질서와 번영의 구심점이 됐던 미-일 관계를 최근
재확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이같은 외부적인 요인과 함께 내부적으로도 갖가지 불안요인들에
직면해 있다.

중국 당국은 특히 인민들의 점증하는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고민이 크다.

인민의 욕구를 어떻게 만족시키느냐에 대한 묘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미래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비관론이다.

이란과 파키스탄에 대한 살상무기 기술을 판매하고 경제적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견지하는데다 갖가지 인권침해가 여전하다는 점 등에서 중국은
미국의 주요 위협으로 부상할 것이란 시각이다.

반면 낙관론도 상존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한다면 정치적으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필자는 어느 쪽도 아닌 "불가지론"의 입장이다.

중국을 "적"으로 규정한다면 그 견해가 맞기를 바랄 터이고, 반대로
"동지"로 규정한다면 자기만족적인 발상일 것이어서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다.

필자의 결론은 중국이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인은 "봉쇄와 대결"이 아닌 "참여와 대화"를 대 중국정책의
원칙으로 삼는데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지난 25년간 미국의 대 중국정책이기도 하다.

양국의 대화는 반드시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측은 중국이 직면한 곤경들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지역 통합과 안정을 추구해 온 역사적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상호존중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홍콩주권의 중국반환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다수의 미국인에게 홍콩귀속은 중국의 부상을 알리는 두려운 사건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대다수 중국인들에게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사건으로 다가왔다.

미국은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되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만 한다.

지난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를 벌였을 때 미국은 항공모함
두척을 파견함으로써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무력행사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미국은 동시에 "하나의 중국"원칙을 지지한다는 약속을 거듭 천명했다.

미국의 관심사는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지 중국의 분리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하나의 중국" 문제에 관해서 한시도 경계를 풀지 않아 온 중국을 안심
시키기 위해서였다.

미-중 양국은 최근들어 갖가지 문제에서 견해차를 나타내고 있지만 양자의
협력은 아시아정세의 안정에 결정적인 요소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특히 그렇다.

중국의 외교는 지난 94년 미국과 북한간에 이른바 북-미협정을 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북-미협정은 북한의 핵개발계획을 동결시켰으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4자회담 제의를 성사시키는데도 필수적인 사건이다.

한반도 문제는 실로 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하고도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중국과 대만의 문제보다 훨씬 힘겹다.

중국과 대만 정부는 협상을 통해 양안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속도와
진로를 조절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북한체제의 붕괴위기가 임박했음에도 어떤 정부도
통제력을 미칠 수 없다.

때문에 한반도문제에 관한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관계국들은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관련국들은 갖가지 난제들을 마주하고 공동으로 해답을 찾아야만 한다.

합작 에너지프로젝트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사업과 관련, 핵폐기물
처리와 핵설비철거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누가 짊어질 것인가, 한국이
재통일에 필요한 1조달러의 비용을 누가 공동부담할 것인가, 통일후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인가.

초강대국 중국은 이같은 한반도문제를 비롯한 각종 이슈에서 막중한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안정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시행하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작금의 핵확산금지 체제의 내용과 형식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아울러 마약밀매 근절과 테러 퇴치에 타국과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강구
해야 한다.

기후변화협약과 AIDS확산방지 등 범지구적 이슈에서도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국민들은 이런 국경을 초월한 위험요인들로
난관에 봉착했다.

중국은 아시아국가 및 중국의 수출대상국들이 중동의 석유에 의존한다는
이유로 미사일 등 살상무기를 페르시아만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다행히 중국은 방미를 계기로 크루즈미사일의 대이란 수출을 기꺼이 중단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 아시아인 뿐만 아니라 전 인류는 환경파괴의 영향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각국 정부는 삼림을 파괴하고 어획고를 고갈시키고 대기오염을 급증시키는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미-중 두나라는 이런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토의해야 한다.

피상적인 합의나 외교적인 제스처는 부질없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아가 양국의 장래관계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진정한 대화를 통해 의미심장한 전략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길이야말로
아시아와 전세계 미래에 평화적인 질서를 구축하는 핵심요소일 것이다.


[ 약력 ]

<>1939년생
<>하버드대학 졸업 및 케임브리지대학 수학
<>프린스턴대학 박사(국제정치학)
<>주 베트남 부영사
<>국무부 외교정책기획실장
<>백악관 국가안보담당보좌관
<>현재 조지타운대학 교수(외교학)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