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박찬종 선대위원장이 이회창 총재측의 "실세"인 김윤환
선대위원장을 만나 당내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내각제 편승"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실질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탄생시킨 허주(김위원장의 아호)가 "가이진김"
의 막후에서 이제 전면에 나서 정권창출의 확실한 의지가 있음을 밝히는 한편
당내분 수습책과 함께 향후의 득표 전략 전술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박위원장의 이같은 촉구는 다소 표현은 다르더라도 사실상 당내 비주류
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는 후보교체론과 "반DJP연대" 등에 대해 김위원장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돼 허주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박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제의로 여의도 63빌딩에서 있은 조찬회동이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 "김위원장이 정권재창출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집권한 뒤 내각제 등으로 연대해 민정계 지분을 확보하고 다음 정권
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어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박위원장은 특히 "김위원장이 이총재를 대선후보로 만든 핵심주체인 만큼
이총재의 지지율 급락과 당내 패배주의 만연 등에 대해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해명할 것은 해명한 뒤 선거전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위원장은 이날 회동에서 자신이 내각제를 고리로 DJP와 연대할 것이라는
얘기는 "오해"라고 주장했다고 박위원장이 전했다.

김위원장은 또 당내분을 수습하는데도 여러 방법이 있다는 반응을 보여
비주류측의 요구나 이날 박위원장의 주문을 쉽게 수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박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총재가 당내분
등의 상황에 대해 "내 탓"이라는 각오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위원장은 또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과 이총재
이한동 대표를 비롯하여 원로, 중진들로 "구당회의"를 즉각 소집할 것을
요구했다.

박위원장은 선대위원장직 사퇴문제와 관련, "당에 뼈를 묻겠다고 한 국민과
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이총재와 김대통령의 부탁을 외면할수 없어
위원장직을 맡았으나 또다시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위치에 있다"면서도
일단은 내분수습에 주력할 뜻임을 밝혔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