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를 강타한 제2의 블랙먼데이는 미국 갑부들에게 엄청난 주식평가손
을 입힌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큰 돈을 잃은 사람은 단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게이츠회장은 제2의 블랙먼데이 단
하루동안 17억6천만달러를 날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주당 평균 4억달러를 벌어들인 게이츠회장은 4주동안 애써 모은
돈을 단 하루만에 날린 셈.

이번 주식평가손으로 게이츠회장은 최근 거머진 세계 최고 부자타이틀도
내줘야 할 형편에 처했다.

전체 재산을 3백98억달러로 늘리면서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한 게이츠회장은
주가폭락이 지속될 경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에게 다시 세계최고
부자타이틀을 넘겨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볼키아 국왕은 전체 재산 3백80억달러로 올해 게이츠회장에 의해 세계
부자 2위로 밀려난 상태.

이어 미국 제2위 갑부(미 경제지 포브스 선정)에 랭크된 투자자 워런
버핏은 7억1천7백30만달러의 투자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의 전체 재산은 2백10억달러.

1백70억달러의 재산으로 3위자리에 올라 있던 폴 앨런 MS 공동창업자도 비록
게이츠에 비해선 적지만 6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로렌스 엘리슨 오라클 회장(전체재산 92억달러)과 고든 무어 인텔회장
(88억달러)도 이번 주식평가손으로 각각 6억6천6백90만달러와
2억3천6백20만달러를 잃었다.

제2의 블랙먼데이로 이들 미국 5대 갑부들의 전체주식평가손은 거의
4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월마트를 소유한 월턴가가 16억4천만달러(전체재산 3백15억달러),
테드 터너 타임워너사 부회장이 1억8천5백만달러,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
(전체재산 55억달러)이 3억2천4백40만달러를 단 하루만에 날려 보냈다.

최근 몇년간 이들 갑부들의 치부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증시가 다시금
이들의 주머니에서 막대한 돈을 털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김수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