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감이 금융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공황적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이러다간 경제가 결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투자대중사이를 파고들고
있다.

증권시장은 500선마저 붕괴되는 초토화가 진행중이고 외환시장 역시 거래가
두절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뜀박질이다.

뉴욕이며 도쿄에서 들리는 것은 세계증권시장의 동반 폭락이며 동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무책임한 풍문만이 국제 투기가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어떤 세력이 무슨 나라를 공격한다느니, 다음 공격목표는 아시아존의 다른
나라라는 뜬소문들이 국제금융 시장을 흔들고 있다.

동아시아의 불안은 그린스펀 미국 연준리 의장의 거듭된 예언대로 미국증시
를 강타했고 28일엔 도쿄시장이 함몰하는 등 선진국으로 역습해 들어오고
있다.

국제적인 금융불안은 개방경제 체제가 갖는 연약한 고리를 타고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94년의 멕시코 페소화 위기와 그에 이은 멕시코 경제의 파탄적 양상이
한국에서 리바이벌 되는 것인가 하는 히스테리컬한 불안이 금융가와 증권가
를 뒤덥고 있다.

당시 멕시코는 페소화의 급격한 절상 하나의 요인만으로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로 곤두박칠치는 최악의 상황을 나타냈었다.

과연 한국에서 멕시코며 동남아 금융위기의 재판이 나타나는 것인가하는
우려가 현실화 되는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최근 수일간의 급격한 가격변동은 증시와 금융시장 모두를 마비시켜 가고
있다.

재경원은 외환시장 개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고 한국은행 역시 속수무책
이다.

"현수준이 적정선이다. 기어코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학
으로 결론나고 말았다.

원화가 실질실효환율에서 아직도 어느정도 고평가되어 있다는 분석은
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 1천원 시대가 올수도 있을 것이다.

대외교역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국내경제 구조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여기에 불가측한 주가의 대폭락은 투자자들의 손실과 싯가총액의 하락,
대외기채의 불능상황을 만들어 낸끝에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에 철저한 비용을
요구할 것으로 우려된다.

포철 한전등 해외증시의 한국물들은 벌써부터 일제히 정크본드(쓰레기
채권)화하는 수모를 겪고 있는 중이다.

역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연초의 한보사건 이후 연쇄 부도의 길고긴 터널을 겨우 빠져
나온 터였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장래조차 장담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금리의 파상적인 상승은 장기적으로 한계기업들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들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한국경제호는 복합불황이라는 고통의 바다로
들어서는 것이 불가피하다.

금융에 연계된 복합불황은 벌써 한국경제의 문턱을 넘어서 있다.

일본의 장기복합불황이 동남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면 동남아의 금융불안은
일본의 자본과 연계된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경기불황을 장기화시킬 것이다.

동남아시아 투자를 일본 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직 펀드멘틀(경제의 기본적 상황)은 괜찮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이런 믿음조차 최근 며칠동안은 급격히 희석되고 있다.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써서라도 더이상의 괴멸적 상황은 막으라는 다급한
주문이 높아지고 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