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식 < 한양대 교수 >

누가 보든 작금의 금융상황은 위기라 아니할수 없다.

금융기관에게 제언하고 싶은 것은 지금의 위기를 호기로 전환할수 있어야
기업도 살고 금융기관도 살게 된다는 점이다.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금융기관이 대출기업의 경영상태에 대한 정보를
발굴하고 축적해서 장래성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는 경영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살아 남기만 하면 장래성 있는 기업과 전망이 전혀 없는 기업을 구별해야
겠다.

금융기관이 전망이 좋고 나쁜 기업을 구별하지 못해 대출 자체를
움츠리거나 담 보대출에 연연하면 금융기관은 고객들로부터 존재가치를
도전 받게 될 것이다.

평소 "고객만족"이나 "고객감동" 등 현란한 구호를 외쳐온 금융기관들은
지금의 위기야 말로 단골고객을 만족시키고 감동시킬수 있는 절호의 기회
임을 인식해야 하겠다.

고객의 가정 절실한 필요를 충족시킬때 고객은 감동하게 마련이다.

부도에 몰린 담보 없는 단골고객에게 장래성에 근거해서 적시에 자금을
공급해 주는 금융기관은 일생동안 고마워할 충실한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단고로객기업의 성장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한 금융기관은 경기가 호전될때 살아남은 기업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금융기관의 경영진은 대출심사역들에게 담보능력 보다는
기업현장에 직접 나가 기업의 사업서을 정확히 파악해서 대출해 주지 않을
고객을 찾아내기 보다는 대출해 줄 고객기업을 찾아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기업도 살고 금융기관도 살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