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채용하려고 하는 여성인력은 십중팔구 고졸 학력자이며 대졸
이상의 고학력 여성에 대한 수요는 1백명당 한두명꼴에 불과하다.

반면 구직여성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이 4할에 달해 많이 배운 여성일수록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고 "하향취업"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노동부와 산하 중앙고용고용정보관리소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기업에서 전국 2백12개 직업안정기관에 의뢰한 여성구인인원은
5만3천3백61명.

이 가운데 고졸이 4만5천9백54명으로 86.1%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기간중 일자리를 구하러 노동시장에 나온 고졸여성은 수요의
60%인 2만7천6백88명에 그쳤으며 부족인력은 상위학력자들로 충원된
것으로 추정됐다.

고졸여성과는 대조적으로 대졸여성의 경우 극심한 공급과잉현상을
보였다.

올들어 9월말까지 기업에서 알선을 의뢰한 여성인력 가운데 대졸은
1.9%에 해당하는 1천19명에 그쳤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러 나선 대졸여성은 구인인원의 8배가 넘는
8천2백15명에 달했다.

대졸여성들은 극심한 공급과잉으로 취업이 어려워지자 하위학력자를
원하는 직장에도 서슴없이 들어가고 있다.

9월말까지 직업안정기관을 통해 취업한 대졸여성은 1천5백43명으로
기업에서 알선을 의뢰한 구인인원(1천19명)보다 51%(5백24명) 많았다.

이는 상당수 대졸여성이 "고학력 프리미엄"을 포기한채 고졸 또는
전문대졸을 뽑는 직장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대학원까지 나온 고급여성인력의 경우 9월말까지 1백22명이
직업안정기관에 구직을 신청했으나 기업에서는 단 1명도 구인을 의뢰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12명이 직업안정기관 알선에 의해 "하향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부 여성정책국 김송자 국장은 이와 관련, "기업에서 여전히 여성
채용을 꺼리는데다 여성 구직자 학력구조와 산업구조가 맞지 않기 때문"
이라면서 "당분간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