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내 증권시장을 비롯하여 뉴욕 홍콩 런던 등 전세계 증권시장에서
시장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원화가치도 급속히 폭락하고 있다.

세상이 멸망할 것같다는 소리도 들리고 이를 타개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장의 붕괴를 막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시장의 붕괴가 일어나는 것은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못하다.

갤브레이스는 공황의 근본적 이유가 사람들의 투기적 환상에 젖어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이러한 환각적 현상을 어쩔수 없는 자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차라리 경제의 일부분으로 간주하고 또한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과연 최근 국내증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붕괴현상을 막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증시가 폭락하고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봇물처럼 해외로 이탈하는데
이를 막는 방법은 없는가.

이에 대하여 단 한마디로 직접적인 증시대책은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은
답변일 것이다.

증권시장은 실물경제, 일반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문에서 불안한데 증시대책을 발표한다고 효과가
있을 것인가.

금융기관은 누적된 부실채권을 감추기에 바쁘고, 한보 진로 기아 등이
퍽퍽 쓰러지는데 아직도 대기업들은 중복투자와 방만한 투자를 일삼고 있고,
가진 자는 금융실명제를 핑계삼아 겁없이 소비하고, 없으면서도 덩달아
습관적으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경제가 살아날수 있겠는가.

이러한 불황속에서도 대기업의 임금은 금년들어 10%나 오르고, 자산가치가
마이너스인 금융기관에서는 퇴직금으로 몇억원씩을 지불하는 상황에서
경제불황에 대하여 그 누구를 탓할수 있겠는가.

저녁 9시 TV 뉴스에는 경제이야기보다는 진흙탕같은 대선 뉴스가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이보다는 스포츠 뉴스가 압도적인 시간을
할애받고, 지나가다 잠깐 세계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모든
국민이 국수주의자나 우물안 개구리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제 우리 모두 반성할 때가 됐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정부를 비롯하여 공공부문부터 반성하고 과감하게 혁신을 하여야 한다.

공공부문의 종사자가 총 경제활동인구의 10%를 상회하고, 공공부문의
예산규모가 GNP의 30%를 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과감한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여 구체적으로 개혁을 시행할 때 다른 부문의
구조조정을 촉발할수 있을 것이다.

자기는 변하지 않으면서 누구를 변하게 만들수 있겠는가.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기업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시작하여야 한다.

대기업부터 내부의 부정부패를 척결하여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과감히 경영혁신을 하여야한다.

기업경영은 기업주의 취미활동이 아니다.

내가 자동차를 좋아해서 자동차회사를 만들고, 남이 하니까 나도
유통산업에 들어가고, 무작정 첨단산업이니까 뒷심도 없이 진출하는
것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가장 전문성이 있고 자신이 있는 사업을 제외하고는 과감히 정리하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임금의 과감한 삭감도 단행하여야 한다.

이제 저축을 늘려야 한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에서 탈피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자본축적없이는 경제발전을 기대할수 없다.

무엇보다 형평을 중요시한다는 우리 국민들에게 설득력있는 조세제도를
구축하여 저축하려는 동기를 꺾지 말아야 한다.

누구는 월급쟁이로 1백% 세원이 노출되고,누구는 일반사업자로 거의
세원이 노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할 맛이 나겠는가.

진정한 시장 붕괴가 닥치기 전에 경제주체 모두가 자성하고 가시적으로
긴축하는 행동을 보일 때 증시폭락, 원화의 평가절하 등을 막을수 있다.

위기는 항상 기회이다.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하여 정부가 개혁을 솔선수범하고 기업들이 참다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오히려 우리 경제는 건실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은 아름답다.

이제부터라도 경제상황을 인식하고 긴축하는 태도를 보일 때 시장은
반응할 것이다.

우리의 현재는 갤브레이스가 말하는 투기적 환상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 사회의 혼란상황을 시장에서 반영하고 있을 따름이다.

자성하라고 시장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