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광고의 계절이 시작됐다.

아직까지는 대선후보들의 정치광고가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DJP연합과 그에
대응하는 반DJP연합이 구체화되는 다음달에는 정치광고에도 불이 붙을 전망
이다.

그에따라 각 후보의 정치광고물량을 따내기위한 광고업체간 수주전도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업계가 추정하는 대선광고시장의 규모는 약 4백억원.

지난 92년 대통령선거 때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규모다.

정만석 코래드매체본부장은 "지난 92년 대통령선거때는 각 정당별로 2백억
~3백억원 안팎의 홍보광고비를 썼으나 이번에는 그때의 3분의 1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87년부터 여당의 대통령후보 광고를 죽 맡아와 이 분야에서 베테랑
으로 꼽히는 구재범 한컴 광고1본부 부장도 "정당들이 정치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92년 대선자금과 비자금문제까지 불거져나온 상태여서
예전처럼 많은 광고비를 쓰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후보들의 정치광고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고는 하나 결코
작은 물량은 아니다.

광고업체들마다 경기침체에 따른 광고매출의 부진을 정치광고로 보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정치광고 수주전은 오히려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
이다.

광고업체들은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이미 수주채비에 들어갔다.

더구나 정당들이 광고회사 한 곳만을 광고대행사로 선정하지 않고 복수의
광고회사들을 선택, 사안별로 더 나은 광고전략을 제시하는 회사에 광고를
맡기는 전략을 쓰고 있어 광고회사들간 정치광고 수주전은 대선기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회사들은 "후보자는 상품"이라는 선거마케팅원칙에 맞춰 일반 상품에
준하는 마케팅전략을 구상한다.

구재범 부장은 "일반 마케팅원칙을 후보자에게 적용하면 광고전략이
나온다"며 후보와 정당에 맞는 최선의 전략을 짜는 것이 정치광고의 핵심
이라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광고대행사를 선정한 정당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신한국당은 지난달 금강기획 코래드 한컴 등 3개 광고회사를 광고대행
후보업체로 뽑았다.

금강기획의 손정환 전략기획 11팀국장은 "신한국당은 80억~90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할 것으로 본다"며 "이를 놓고 3개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국당은 지금까지 두차례의 광고를 집행했는데 모두 한컴이 맡았다.

대선캐치프레이즈 공모광고와 이회창 총재 취임고지광고로 중앙지와 일부
지방지 등 10개 일간지에 광고를 냈다.

여기에 들어간 광고비는 모두 9억원가량이다.

국민회의도 신한국당처럼 3개 광고회사를 광고대행후보업체로 선정했다.

유로넥스트와 나라기획, 미원그룹계열의 상암기획이다.

신한국당 광고대행사들이 모두 대기업그룹 계열사(금강-현대그룹, 코래드
-해태그룹, 한컴-한화그룹)인 것과 달리 국민회의는 그룹계열사가 아닌 독립
광고회사를 2개사나 선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민회의는 최근 이들 3개 광고회사를 통해 신한국당 광고에 대항하는
신문광고를 계획했다가 김대중후보의 비자금문제가 터져 나오자 광고집행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광고회사들의 정치광고취급액은 줄어든 셈이다.

아직 민주당과 국민신당은 광고대행사를 선정하지 않은 상태.

이중 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은 얼마전 정당발기인대회를 개최한 후 이를
광고하기위해 광고회사 한곳을 대행사로 잡았으나 광고료 지불문제를 둘러싼
마찰 때문에 불발로 끝났다.

정치광고를 보는 광고회사들의 시각은 극과 극이다.

매력적이면서도 걱정스럽다는 것.

정치광고의 매력은 광고료가 광고집행후 1~2개월내에 현찰로 지불된다는
것.

이는 일반기업체로부터 광고료를 3~4개월짜리 어음으로 받는 것에 비해
지불조건이 매우 좋다.

걱정스런 것은 혹시라도 정당이 대선자금부족으로 광고료를 주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과 선거결과에 따라 "불리한 영향"을 받을수도 있다는 점이다.

올해 대선광고시장규모가 4백억원대라고 하지만 실제 광고회사들이 취급
하는 금액은 이보다 적다.

각각 20회로 정해져 있는 TV광고와 라디오광고의 경우 광고비를 전액지원
하는 중앙선관위가 방송사에 광고료를 직접 주기 때문에 광고회사들이
대행료를 챙길 여지가 없다.

다만 각 정당이 방송광고용 광고물을 5~7편씩 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때마다 편당 평균 7천만원대인 광고제작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정도
이다.

따라서 각 후보의 방송광고비(후보당 5억원대)를 뺀 나머지 3백억~3백50
억원중 15%의 대행료 수입이 광고회사들의 수입이 된다.

정치광고에는 이처럼 종합광고대행사들이 담당하는 신문.방송광고외에
전화광고 DM 홍보유인물 등 다른 것도 적지 않다.

각종 리서치업체나 정치광고전담기업들이 방송신문광고이외의 정치광고를
취급한다.

이같은 광고는 신문방송광고와는 달리 추산하기 어려우나 관련업계에서는
이 시장규모도 1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