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가정용품의 간판이 바뀌고 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추위가 밀어닥치면 우선 준비하는게 난로였으나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난방용품보다 가습기나 카펫을 먼저 챙긴다.

''가습기와 카펫은 필수, 난로는 선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난로는
가정용 겨우살이용품의 순위에서 가습기와 카펫에 앞자리를 내주고 뒤로
밀렸다.

난로의 퇴조와 가습기의 부상은 아파트 보급확대 등에 따른 주거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대부분 중앙난방식인 아파트의 경우 속옷바람으로 지내도 될만큼 난방이
잘 된다.

난방용품의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는 그러나 실내온도가 높은데다 시멘트벽이 습기를 흡수해 공기가
건조하다는 약점을 갖고있다.

이게 바로 가습기가 겨울철 가정용품의 간판으로 떠오르게된 이유다.

카펫 수요의 증가는 실내온도가 높아도 바닥은 그렇게 따뜻하지않다는
아파트의 또다른 특성을 배경으로 한다.

안락한 실내분위기 연출을 위해 카펫을 까는 사람도 많지만 바닥이
따뜻해야한다는 우리 고유의 난방개념이 카펫의 수요를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고 카펫판매점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 난방용품 ]]

팬히터 로터리히터 전기스토브등 난방용품이 수요감소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부터.

대우전자의 분석에 따르면 난방용품시장은 91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40%안팎으로 급팽창했다.

하지만 92년을 고비로 정체상태로 들어섰으며 2년전부터는 20%가량의
감소세로 반전됐다.

난방용품중에서도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로터리히터와 팬히터의
수요감소가 특히 두드러져 삼성전자 같은 업체는 올해부터 팬히터의
생산을 아예 중단했다.

LG전자 대우전자등 다른 업체들도 생산은 하고 있으나 새모델은
내놓지않았다.

지난해 모델로 상품구색만 갖추고 있는 정도이다.

롯데백화점 가전매입팀의 조석주바이어는 "아파트 2백만호 건설등으로
아파트보급이 크게 늘어난 이후에는 가정용 난로를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난방용품업체들도 이제는 가정용보다는 사무실이나 업소용
제품에 주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난로는 갑작스런 중앙난방의 중단등에 대비해 예비로 사가는
정도라고 그는 덧붙였다.

난로 뿐만이 아니다.

전기요 전기장판 등의 수요도 크게 줄어 백화점 난방용품 매장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 가습기와 카펫 ]]

가습기 시장은 최근 3~4년간 연평균 10%를 웃도는 빠른 신장세를 나타냈다.

가습기 수요는 수도권 신도시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될 때 특히 크게
늘었다.

아파트 거주자들이 주로 사간다는 반증이다.

올해 국내 가습기시장은 지난해의 59만대보다 18.6% 늘어난 70만대에 달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전망하고 있다.

가습기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젖먹이 어린애나 노인, 또는 환자가 있는
집에서나 구입하는 품목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보급의 확대및 건강에 대한 관심제고로 이제는 거의 모든
가정에서 필수품이 되다시피했다.

신세계백화점 MD사업부 이상묵과장은 "최근들어서는 방마다 하나씩
두기위해 추가구입하는 중복수요까지 일어나는 추세여서 가습기시장은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가습기의 부상은 겨울철에 결혼을 하는 신부의 중요 혼수품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서도 잘 입증된다.

백화점들은 판매부진을 타개하기위해 각종 전자제품에 대해 신제품을
살때 헌제품을 가져오면 값을 깎아주는 보상교환판매을 실시하면서도
가습기는 그 대상에서 제외했을 정도이다.

한편 카펫은 80년대까지만 해도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됐었으나 서구식
입식문화의 확산과 소득수준의 향상, 중저가 제품의 등장등으로 이제는
웬만한 가정에는 다 깔려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종류도 다양해져 거실에 까는 것, 탁자나 소파밑에까는 것등 소형제품
(러그)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한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