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최고책임자로서 기아를 아끼고 성원해 준 국민과 정부, 채권단
그리고기아가족 및 협력회사에 큰 걱정을 끼쳐 드린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반세기 동안 두발 자전거로부터 연산 1백만대 규모의 자동차 전문기업이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난 여름 갑작스런 부도유예협약의
된서리를 맞은이래 지금까지 그야말로 형극의 길이었다.

자동차가 좋아 기름때 묻은 작업복과 함께 40년을 일해온 저는, 그동안
정부의 공평하지 못한 처사에 개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온갖 음해성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 모두가 본인의 부덕에서 나온 것이라생각하고 기아의
수레바퀴를 여기서 멈출수 없다는 열정과 기업회생에 일생을 바친다는 각오
하나로 만난을 헤쳐왔다.

신뢰와 대외이미지를 생명으로 하는 자동차메이커는 법정관리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확고한 소신이다.

정부는 약속한 지원조치를 하루속히 현실로 옮겨, 기아가 조속히
정상화의 궤도위에 올라서길 부탁하며, 법정관리의 조기해소로 기아를
옥죄는멍에가 벗겨지길 바란다.

앞으로 기아의 제 3자인수를 배제하고, 전문경영인체제의 국민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아 내부 경영자로 회사를 정상화시킨다는 정부의
방침은 기아의 염원과 합치되는 것으로 이를 공식화해준 정부 배려에
감사한다.

5만 기아가족 및 노동조합원 여러분 자동차사업은 한시도 중단되서는
안되며 무슨 일이 있어도 개발, 생산, 판매, 수출이 멈춰서는 안된다.

기아를 되살리고 지켜가자면 우리는 지금보다 열배, 백배나 더 끔직한
충격과 분노도 속으로 삭일줄 아는 인내와 성수된 자세가 필요하다.

한시라도 빨리 작업현장에 복귀하여 한 대라도 더 생산하여 고객을
안심시키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