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홍회장은 회장직을 물러나면서 부도유예협약을 맞은 이후를
"형극의 나날"로 표현했다.

김회장이 기아 침몰 과정에서 밝힌 심경의 변화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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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을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악성루머와 삼성의 보고서파문으로 자금사정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7월초 종금사들의 어음회수자제를 강부총리에게 부탁하면서)

<> "치욕이다.

비참한 하루다.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

부도협약은 원치도 않았고 예상치도 않았다"

(7.15 부도유예협약지정소식을 듣고)

<> "얼룩말이 다리를 다쳤는데 도끼로 찍지말고 붕대로 감아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아그룹은 비브리오균에 감염된 집단 식중독환자다.

링거주사를 놓거나 메스를 가해햐 하고 산소도 불어넣어야 한다.

가장 경험이 많은 의사가 나서서 병을 고쳐야 한다.

병을 고친뒤 (의사의) 잘잘못을 물어봐야하지 않는가(8.18 기자회견)


<> "아직은 때가 아니다.

젊고 유능한 경영진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장애물만 없애고 나갈
것이다.

그시간이 빨리 올것이다.

회장자리에 추호의 미련도 없다.

정부와 채권단입장을 이해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9.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참관한후 현지 기자회견에서)

<> "흘러가는 물을 막으면 여러곳에서 터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우리도 열심히 해서 돈을 갚아나가야
한다"

(9.19 필리핀에서 귀국후 정부측인사를 만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 "나는 황포돛대일뿐이다.

바람이 불면 돛대를 올리는 법이다.

회장이 뭐하는게 있겠는가.

나는 바람을 받아 목적지까지 배가 갈수 있도록 하는 황포돛대이다"

(10.8 여의도 그룹사옥에서 우연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 "법정관리는 기아문제를 풀기위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시장경제원리를 그토록 내세우던 정부가 왜 갑자기 개입하는지 의심스럽다"

(10.22 도쿄모터쇼에서 급거 귀국한뒤 공항인터뷰에서)

<> "여야정치권 모두가 기아를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행정부가 이렇게 독단으로 결정해도 되는 일인가.

분하고 억울할뿐이다"

<> "기아는 경영부실이 아니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일뿐이다"

(10.24 범기아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대화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