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나라를 찾던 철새들이 환경오염과 간척사업 등으로
새 보금자리를 찾거나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고 있다.

30일 대한조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머물다간 철새는
57만마리에 달한다.

그러나 이 숫자는 서해안의 개발 등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30만마리 이상의 철새들이 찾아와 세계적 철새도래지로 손꼽히던
부산의 을숙도는 갈대밭의 훼손과 무분별한 개발로 이미 오래전에
황폐화됐다.

94년초까지 11만마리가 겨울을 나던 주남저수지 주변에도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새떼들이 먹이를 주워먹던 논은 비닐하우스로 덮였다.

거기에다 "철새야 내년엔 오지마라"는 플래카드가 걸리고 방화로
갈대밭을 태우는 등 주민들은 반발은 철새의 수를 더욱 격감시키고 있다.

현재 이곳을 찾는 조류는 1만마리도 안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인천앞바다의 철새도래지인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과 송도신도시 등에서도
대규모 매립공사가 진행되면서 철새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같은 현상은 내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강하류의 철새낙원으로 꼽히던 밤섬에는 매년 2만마리 정도가 찾아왔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서강대교의 개통 등으로 인해 3천마리 정도밖에
발견되지 않고 있다.

갈곳을 잃은 겨울철새들이 최근에 주로 찾아드는 곳은 서해안의 천수만
간척지.

지난해 이곳에는 33만마리가 월동했으며 올겨울도 20만마리 정도가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곳도 "안전지대"는 못된다.

환경파괴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 장유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