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과 이인제 전경기지사의 30일 청와대 회동은 청와대가
여권의 대안후보로 이전지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조홍래 정무수석이 전한 회담내용을 보면 눈에 띌만한 대목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대화내용보다는 만남자체가 의미를 갖는 회동이었다.

김대통령과 이전지사간에 "정치적 부자관계"라는 말에 걸맞는 교감이
이심전심으로 교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조수석은 회담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화기애애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의식적으로 회담분위기의 경직성을 강조했다.

회담후 이런 평가를 강조하는 것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김대통령의 이전지사에 대한 막후 지원설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지사는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취재기자에게 "언론에서는 왜 "DJP"도
모자라 "DJPT"라면서 영문이니셜을 쓰느냐"며 "''777연대''라고 쓰는게
낫지않느냐"고 말해 나이가 70대인 야권지도층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다음은 김대통령과 이전지사의 대화요지.

<>김대통령 =내가 탈당을 만류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전 지사 =확정된 후보자의 예기치 않은 중대한 결함의 발생으로
정권재창출이 힘들 것으로 판단,국민의 여망을 좇아 단독출마를 결행했다.

<>이 전 지사 =공직자의 직간접적인 선거관여, 지역감정조장, 금권선거,
특히 흑색선전을 방지하도록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선거관계기관에
지시해 달라.

<>김대통령 =오는 15대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엄정한 공정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또 대통령으로서의 결심이 확고하다.

어느 정당이나 어느후보에게 불이익이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국민들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특히 정당과
후보들이 협력해야 한다.

이후보가 우려하고 건의한 것은 이미 관계기관에 그런 일이 없도록
지시했고 또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전 지사 =지금 금융시장 불안 특히 증권시장 붕괴와 외환시장 불안
등 총체적 불안과 경제위기 상황이다.

비상대처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규범적으로 대처하는 관료중심이
아닌 실전감각이 있는 진용으로 경제팀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
24시간 국내외 경제동향 변화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즉시 해야
한다.

<>김대통령 =현재 경제관련부처는 물론이고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제도 강경식 경제부총리에게 금융시장에 관해 정부가 할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라고 지시했다.

경제문제는 정부, 기업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협력해야 하며 또
정치권에서 각별히 협력해야 한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