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의 동조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홍콩증시의 폭락이 태평양을 건너 뉴욕주가폭락을 가져온 뒤 대서양을
가로질러 런던증시로 이어진다.

반면 뉴욕에서 시작된 반등물결은 거꾸로 멕시코를 거쳐 한국 도쿄 홍콩
증시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1주일간의 짧은 기간동안 세계증시는 동반폭락이란
지옥에서 동반반등이란 천당을 왔다갔다 했다.

한 나라의 주가가 그나라 요인뿐만 아니라 다른나라 증시의 영향을 받아
출렁거린 탓이다.

좋게보면 금융시장의 국제화라고 할수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에 검은 그림자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황=지난 22일 홍콩증시에서 항셍지수는 10.4%나 폭락했다.

홍콩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한데 따른 것이다.

홍콩주가폭락은 즉시 한국증시에 "전염"됐다.

전날 기아그룹문제 해결기미로 사상최대폭으로 오른 여세를 몰아 상승세를
이어가던 종합주가지수를 비틀거리게 했다.

24일부터 시작된 폭락세는 뉴욕으로 이어져 지난 27일 사상 최대 낙폭
(554.26)을 기록했다.

이는 브라질(14.97%) 멕시코(13.34%)의 폭락을 초래한 뒤 대서양을 건너
28일엔 독일(8.04%) 러시아(20.44%) 등 유럽증시를 흔들었다.

한국(6.63%) 일본(4.26%) 호주(7.18%) 홍콩(13.7%) 등 아시아증시도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이런 비관적 흐름은 28일 뉴욕증시가 4.7% 상승하면서 일순간에
뒤바뀌었다.

도쿄 서울 홍콩에 이어 런던도 큰폭의 반등장세를 연출했다.

지구가 엘니뇨현상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홍역을 치르듯 세계증시는 다른
나라 증시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며 급등락을 계속하는 "냄비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원인=세계증시 동조화는 90년대 이후 금융환경변화를 감안할 때 예견됐던
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기성자금이 실물경제성장보다 빨리 증대해 국가간 자금흐름이 많아졌다.

여기에 금융자율화와 개방화의 진전으로 세계금융시장의 통합성이 높아졌다.

또 블록화가 진행되면서 인접국간 통화연계성도 긴밀해졌다.

보다 높은 수익을 쫓는 투기자금이 낮아진 국경을 타고 급격히 옮겨
다님으로써 세계증시가 하나의 증시처럼 움직이는 동조화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고 다자간투자협정(MAI)이나 UR
(우루과이라운드) 금융.서비스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세계경제질서가 선진국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가세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진국은 국제수지가 개선되는등 경제가 호전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국제수지적자가 확대되고 외채문제가 부각돼 대외신인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투기자금이 성장률이 높았던
동남아지역에 유입돼 부동산과 주가를 끌어올려 자산인플레이션을 초래한
뒤 실물부문이 뒷받침되지 않자 썰물처럼 빠져 나감으로써 주가와 통화가치
가 폭락하는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증시의 동조화속에서도 미국등 실물경제가 강한 국가는 곧 회복할
것이나 그렇지 못한 국가의 증시는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증시 시사점=한국증시는 지난 87년10월 세계증시가 동반하락했을
때는 개방되지 않아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동조화의 한복판에서 뼈아픈 주가폭락을 경험했다.

23%(오는 11월3일부터는 26%)까지 외국인 주식취득이 허용돼 있고 주식투자
자금의 유출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엔 국내기업의 연쇄부도에 따른 금융.환율불안이라는 내우가 가세했다.

상장회사들의 회계장부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배당에 소홀하는 등
주주를 경시하는 기업경영방식도 외국인이 한국증시를 등지게 한 요인이다.

한국증시는 국내인들만이 참가하는 폐쇄된 장소가 아니다.

헷지펀드같은 단기투기성자금은 물론 한국증시의 싯가총액보다 훨씬 큰
자금을 운용하는 큰손들도 참가하는 열린 시장이다.

한국사람만 상대하던 잣대만 고집하는 우물안 개구리식 경영.투자행태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다.

지구적 관점(global perspective)과 세계적 기준(global standard)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홍찬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