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취업전선] (6) ""명퇴없는 직장"...대학가 고시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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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씨(27)는 아침 6시부터 숨가쁘다.
즉시 고시원으로 나간다.
이전까진 서울대 도서관에 나갔지만 얼마전부터 학교측이 졸업생을
출입금지, 발길을 돌렸다.
고시준비를 하는 졸업생이나 타대학생들 때문에 도서관좌석이 없다는
재학생들의 "텃세"에 밀린 것이다.
물론 졸업생도 지도교수의 추천서를 받으면 출입증을 얻을 수 있지만
김씨는 쑥스러움때문에 아예 포기했다.
지난 여름에는 사법시험과목을 강의하는 법대 계절학기수업을 몰래
듣느라고 큰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몰려든 인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원 60명을 훨씬 넘는 2백여명이 강의실은 물론 복도에까지 꽉찼기
때문.
대부분이 자신과 같이 정식 등록하지 않은 졸업생이나 타학과생도
많았다.
후배들 틈에 끼어 고개를 처박고 노트필기에 열중하면서 한여름에 땀을
꽤나 빼야만했다.
김씨는 이른바 "고시준비생".
지난 96년 졸업한뒤 2년째 시험공부에 열중이다.
요즘 대학가주변에는 김씨같은 고시준비생들을 쉽사리 볼수 있다.
"고시생의 메카"
서울대앞 신림동 고시촌이 대표적인 곳.
여기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고시생 2만여명이 맴돌고 있다.
학원 고시원 서점등 이들을 겨냥한 업소도 3백여개가 넘을 정도다.
물론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고시에 이처럼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같은 취업대란시대에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회사에 들어가 자리걱정 봉급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얘기다.
"고용불안없는 안정된 직장"이라는 매력이 학생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기업에 들어갔다가 다시 고시공부를 하겠다고 나온 직장인들이 많은
것도 이래서다.
이같은 고시열풍은 특히 재학생에서 더 심하다.
"대학3학년때까지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고 4학년이 되서야
시작했던 기풍은 사라지고 아예 1학년때부터 고시스터디그룹을 만든다"
(서울대 법학과 2년.K군)
S대 인문대의 한 학과의 경우 같은 학번 24명중 17명이 고시준비에
매달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처음부터 학과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단 대학에 입학해놓고 고시공부를 할 생각이었죠"
꼭 소신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입사경쟁도 고시 못지않게 어려운 판인데 목표라도 크게
세워야죠" (K대 경제학과 3년.조호식군)라는 양다리걸치기파도 있다.
이러니 자연 학과공부는 뒷전이고 고시관련과목 수업은 수강정원을
2~3배 넘어서기가 일쑤다.
대학이 고시학원이 되버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치뤄진 사법고시1차시험은 2만4백여명의 응시자가 몰려
이같은 고시열풍을 입증했다.
올해 6백명을 뽑는 것을 감안하면 34대1의 경쟁률인 셈이다.
행정고시에도 1만5천여명이 지원해 69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다.
요즘엔 학생들이 응시하는 고시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고시하면 으례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만을 떠올리던 때는 옛날이다.
지금은 완연히 딴판이다.
의대나 약대의 국가고시, 사범대생들의 교사임용고시를 빼더라도 상경대
계열의 회계사 (CPA) 세무사 관세사, 이공계 학생들의 변리사 등의
경쟁률이 높다.
특히 신세대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언론고시"에는 몇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래서"대학때 고시서적 한번 안잡아본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까지 됐다.
불경기로 취업문이 바짝 좁아지면서 대학들은 심하게 고시열병을 앓고
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
즉시 고시원으로 나간다.
이전까진 서울대 도서관에 나갔지만 얼마전부터 학교측이 졸업생을
출입금지, 발길을 돌렸다.
고시준비를 하는 졸업생이나 타대학생들 때문에 도서관좌석이 없다는
재학생들의 "텃세"에 밀린 것이다.
물론 졸업생도 지도교수의 추천서를 받으면 출입증을 얻을 수 있지만
김씨는 쑥스러움때문에 아예 포기했다.
지난 여름에는 사법시험과목을 강의하는 법대 계절학기수업을 몰래
듣느라고 큰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몰려든 인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원 60명을 훨씬 넘는 2백여명이 강의실은 물론 복도에까지 꽉찼기
때문.
대부분이 자신과 같이 정식 등록하지 않은 졸업생이나 타학과생도
많았다.
후배들 틈에 끼어 고개를 처박고 노트필기에 열중하면서 한여름에 땀을
꽤나 빼야만했다.
김씨는 이른바 "고시준비생".
지난 96년 졸업한뒤 2년째 시험공부에 열중이다.
요즘 대학가주변에는 김씨같은 고시준비생들을 쉽사리 볼수 있다.
"고시생의 메카"
서울대앞 신림동 고시촌이 대표적인 곳.
여기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고시생 2만여명이 맴돌고 있다.
학원 고시원 서점등 이들을 겨냥한 업소도 3백여개가 넘을 정도다.
물론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고시에 이처럼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같은 취업대란시대에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회사에 들어가 자리걱정 봉급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얘기다.
"고용불안없는 안정된 직장"이라는 매력이 학생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기업에 들어갔다가 다시 고시공부를 하겠다고 나온 직장인들이 많은
것도 이래서다.
이같은 고시열풍은 특히 재학생에서 더 심하다.
"대학3학년때까지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고 4학년이 되서야
시작했던 기풍은 사라지고 아예 1학년때부터 고시스터디그룹을 만든다"
(서울대 법학과 2년.K군)
S대 인문대의 한 학과의 경우 같은 학번 24명중 17명이 고시준비에
매달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처음부터 학과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단 대학에 입학해놓고 고시공부를 할 생각이었죠"
꼭 소신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입사경쟁도 고시 못지않게 어려운 판인데 목표라도 크게
세워야죠" (K대 경제학과 3년.조호식군)라는 양다리걸치기파도 있다.
이러니 자연 학과공부는 뒷전이고 고시관련과목 수업은 수강정원을
2~3배 넘어서기가 일쑤다.
대학이 고시학원이 되버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치뤄진 사법고시1차시험은 2만4백여명의 응시자가 몰려
이같은 고시열풍을 입증했다.
올해 6백명을 뽑는 것을 감안하면 34대1의 경쟁률인 셈이다.
행정고시에도 1만5천여명이 지원해 69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다.
요즘엔 학생들이 응시하는 고시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고시하면 으례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만을 떠올리던 때는 옛날이다.
지금은 완연히 딴판이다.
의대나 약대의 국가고시, 사범대생들의 교사임용고시를 빼더라도 상경대
계열의 회계사 (CPA) 세무사 관세사, 이공계 학생들의 변리사 등의
경쟁률이 높다.
특히 신세대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언론고시"에는 몇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래서"대학때 고시서적 한번 안잡아본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까지 됐다.
불경기로 취업문이 바짝 좁아지면서 대학들은 심하게 고시열병을 앓고
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