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도태될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반 소비재가 아닌 장치산업에서 생산된 중간재상품은 고객감동
경영을 등한히 하기 쉽다.

그저 거대한 자동화라인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납품만 하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는게 통례이다.

하지만 고객사 입장에선 중간재의 품질이나 규격이 미세하게나마 자사와
맞지 않으면 완제품 품질향상에 차질을 빚게 되고 불만이 누적되면 거래선을
교체, 중간재업체로선 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코닝이 국내에서 첫 도입한 응용엔지니어(Application
Engineer)전문가제는 고객을 최대한 생각하는 경영이라고 할수 있다.

<> 내용 =올해 첫 도입된 AE제는 신입사원을 구매업체에게 파견, 5개월동안
현장에서 근무케 하는 제도.이들을 응용엔지니어(AE)라고 부른다.

이들은 고객사 사원과 똑같이 근무하며 공정을 파악하고 생산되는 과정을
면밀히 체크한뒤 품질이나 규격상의 문제점을 파악, 자사의 생산공정에
피드백시킨다.

고객사에서 근무를 하기 전에 3개월동안 자사에서 철저한 훈련을 받는다.

자사의 생산공정과 제품품질을 충분히 파악해야 판단력이 생기기 때문.

자사교육과정은 입문교육과 공정견학 품질강화교육 해외 현지법인견학
등으로 이뤄진다.

고객사에 가서는 오리엔테이션을 받은뒤 공정에 배치돼 1주일동안 이론
기초기술교육을 받고 5개월동안 현장체험을 한다.

그후 한달동안 연구자료를 종합 정리해 자사에 보고한다.

<> 신입사원을 보내는 이유 =이들의 맑고 초롱초롱한 눈이 문제점을
더욱 잘 집어낼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노하우를 많이 가진 전문가를 고객사에 보낼수도 있지만 이들은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 문제점을 발견해도 "그건 어쩔수 없는 거야"라며
무시해 버리기 일쑤다.

따라서 이 제도는 신입사원을 보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 구체적인 실천내용과 성과 =올해초 선발한 14명의 신입사원을 고객사인
삼성전관에 파견했다.

삼성코닝은 브라운관용 벌브유리를 만들고 전관은 이를 재료로 브라운관을
만든다.

우선 그룹 계열사를 채택한 것은 거부감이 적어서이다.

또 다른 고객사인 LG전자나 오리온전기등에도 파견을 제의할 예정이며
이들업체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오면 직원를 보낼 계획이다.

이들 신입사원 14명은 5월부터 9월말까지 전관의 수원공장과 부산공장에
나눠 근무했다.

이들은 코닝의 유리제품에 섞인 미세한 불량이 브라운관 제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파악했다.

아울러 세계적인 품질수준의 브라운관을 완성하려면 거꾸로 얼마나
정교한 수준의 유리를 제조해야 하는지를 체크, 코닝에 피드백 시켰다.

또 전관이 생산성향상을 위해 일부 라인을 바꾼데 대해 어떤 규격의
유리를 만들어 공급하면 생산성향상에 더욱 기여할지를 파악했고 이를
자사에 보고했다.

응용엔지니어로 활동한 이명주씨는 "고객공정을 보니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수준이 어떤 수준까지 올라가야 하는지 알수 있었다"며 앞으로
품질개선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