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12년만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클린턴
대통령의 말마따나 양국 모두위 "윈-윈-윈 게임"으로 끝났다.

이번 정상회담은 우선 대만무제 등을 놓고 몇 년째 껄끄러웠던 두나라
관계를 완연한 해빙 무드로 바꿔 놓았다.

그러면서 두나라에 경제적 실리의 최대 공약수를 안겨 줬다.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은 대이란 핵무기 수출 등 두 나라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문제들에 대해 "재발 장지"를 다짐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그에 대한 선물로 미국 기업들의 대중기술 이전 해금을 약속했다.

장쩌민 주석은 이에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30억달러 어치를 구매키로
확정하는 등 미국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이권"을 선물보따리로 내놓았다.

두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오고 간 거래는 이밖에도 수두룩
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갈망했던 고성능 컴퓨터와 첨단 기술 지원을 약속
받았고, 미국은 수백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 원자력발전
프로젝트에 미국기업들이 대거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보장받았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두나라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무역 역조
문제에 대한 해법도 개진됐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맞춰 세계 정보기술협정에 참여, 첨단 하이테크
제품들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하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른 시일내 가입할 수
있게끔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피차간에 경제적인 실리를 최대한 이끌어
내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백악관 바로 앞의 라파예트공원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몰려 중국내 양심수 석방과 티벳 종교자유 보장을 촉구했지만
두나라 정상의 "실리 추구" 앞에서는 한낱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서 장 주석에게 인권문제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기록용"으로서의 립 서비스 이상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장 주석은 "두나라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서로의 고유한
문화와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고 되받았고, 클린턴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은 <>정상간 핫 라인(직통전화) 구축
<>각급 대화채널 확대 <>군사협력 확대 등에도 합의했다.

또 한반도 4자회담과 관련해서는 북한측에 조속한 예비회담 재개를 촉구
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내 여론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보다는 협력의
파트너로 끌어들인 것은 잘한 일"이라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비판도 없지 않다.

인권 문제등과는 별개로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거래"에서도 받은 것
보다는 준 것이 더 많지 않느냐는 불만이다.

케네스 애덜먼 전 군축국장은 "중국이 대이란 미사일 수출중단 등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미국은 너무나 많은 경제적 선물보따리를
안겨 줬다"고 비판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