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행운아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덜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2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독주회를 갖는 영화
"샤인"의 실제주인공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50)과 그의 부인
길리언 헬프갓(65)이 30일 오후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영화 "샤인"의 주인공처럼 뭔가 쉴새없이 중얼거리며 등장한 헬프갓은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 3악장을 거칠게 연주한 뒤 부인과 포즈를 취하고는
자리를 떴다.

아직까지 사람들과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할 상태가 아닌 헬프갓을 대신해
부인 길리언이 회견에 임했다.

"데이비드는 낯선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아
회견을 꺼립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사귀는 건 무척 좋아합니다"

길리언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세계연주여행동안 5주밖에 쉬지 못해
피곤하지만 새로운 관객과 문화를 만나는 경험을 즐기고 있다"며 "특히
서울에서 시작되는 이번 아시아공연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은 일행중 가장 좋을 만큼 양호하다고.

일부 언론의 혹독한 공연평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있기 마련인 데
비평쪽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유감"이라며 "네번 기립박수를 받은 적도
있을 만큼 대부분의 공연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면 어떤 공연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울공연은 교향악단과의 협연이 아닌 독주회이기 때문에 화제의
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3번"은 연주되지 않는다.

멘델스존 "론도 카프리치오",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쇼팽
"스케르쪼" 등 헬프갓이 평소 좋아하는 낭만적인 선율로 채워진다.

"데이비드는 그날의 감정에 따라 영감적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공연때마다
내용이 달라집니다.

기복이 심하다는 얘기도 듣지만 언제나 신선하고 도전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