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주가폭락 사태속에서도 신규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외국인은 무려 1천3백58억원의 기록적인
순매도를 보였으나 기관의 순매수 규모는 1백23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1천2백35억원을 받아간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 투자자들이다.

30일 집계된 예탁금이 1천4백51억원이나 늘어나는 등 최근 13일간 3천92억원
이 증가했다.

담보부족을 매꾸기 위한 자금유입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신규 투자자금도
만만찮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회사원 최원규씨(34.노원구 상계동)는 스스로 재테크에 대해 상당한 감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는 주가가 4백대까지 하락하자 정기적금 일부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3천만원의 자금을 마련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최씨는 "개인적으로 매스컴지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온 신문과 방송에서 증시 붕괴위기를 말할 때면 사들였고 증시활황을 떠들어
대면 팔았습니다.

아직까지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 92년 8월 종합지수가 4백대를 형성하며 증시붕괴의 위기감이
고조될때 과감하게 주식을 사들였고 93년 4월 주가지수 7백30선에서 주식을
처분했다.

이 시기에 최씨는 50%의 짭짤한 수입을 올린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아예 주식투자를 해보지 않은 주부 김정선씨(39.동작구 상도동)도 5천만원의
거금을 마련했다.

10년간 서울에서 라면대리점을 운영하며 집도 장만했고 생활에 여유도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 주식투자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다시 오르는게 생리 아닐까요"라는게 김씨의
판단이다.

한 투자자는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와 세계증시의 동반하락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속에서 초심자들의 단순한 사고가 위험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