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한.일축구 결전의 날이 밝았다.

결코 양보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한국과 일본간 축구 대회전이
1일 오후 3시 잠실 주경기장에서 양국 국민들의 눈과 귀가 총집중된
가운데 펼쳐진다.

98 프랑스 월드컵축구 최종예선 7차전인 이 경기에서 한국은 비록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데다 2002년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 개최키로한
입장이지만 국민들의 필승염원을 저버릴 수 없어 최선을 다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9월28일 토쿄경기에서 한국에 2대0으로 역전패한 일본은
반드시 승리해야 본선 진출의 가능성을 붙잡을수 있어 사활을 건 총력전을
전개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90년대들어 최대 빅게임으로 평가받는 이번 한일전은 특히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한 6만여 한국 응원단과 현해탄을 건너온 1만여명의
"울트라 니폰" 등 일본 응원단간의 응원전도 불꽃을 퉁겨 잠실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9년 5월 정기전 이후 8년만에 서울에서 맞붙는 양국대결을 위해
차범근 감독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하는 3.6.1 시스템을 마련했고
일본의 오카다 감독은 배수의 진을 친 공격축구를 펼칠 전망이다.

양국 대결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43승14무9패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90년 이후는 4승3무3패로 호각세이며 역대 서울 경기에서는
12승3무1패의 화려한 전적을 갖고 있다.

유일하게 졌던 것은 지난 84년 9월30일 열렸던 제12회 정기전때의
1대2 패배.

단일 경기로는 국내 최대로 기록될 7백여명의 보도진이 취재경쟁을 펼칠
이번 경기에서 차감독은 장대일을 스위퍼로 활용하며 김기동 유상철을
더블게임메이커로 투입시켜 미드필드의 우위를 차지한다는 전략.

홍명보의 결장에 따라 출전할 김기동은 정확한 볼배급 능력을 인정받는
"신병기"로 기습적인 중거리슛이 위력적이며 기대에 부응치 못할 경우에
대비해 장형석을 대기시킨다.

상대 투톱의 발을 묶는 스토퍼에는 최영일 이민성 콤비가 다시 한번
뜨고 최용수를 원톱으로 하는 공격진에 고정운, 이상윤이 양쪽 날개로
가세해 일본의 측면을 돌파한다.

반면 일본은 무승부도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총공세를 펼치는데,
미우라 로페스를 투톱으로 앞세우고 기타자와, 나카타, 나나미, 조 등
미드필더 4인방을 공격에 적극 가담토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즈벡전에서 결장했던 이하라가 복귀해 수비의 안정을 되찾을 일본은
그러나 지나친 승부욕이 오히려 허점이 될 수도 있다.

차감독은 "일본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국민들의 염원을 잘 알고
있으며 선수단 모두 필승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면서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한국 축구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