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인
사이테스(CITES)협약에 가입한 지 올해로 5년째.

그러나 환경부와 산림청 세관 등 관련당국의 무성의와 여행객들의 무지로
여전히 웅담 뿔종류 악어핸드백 호골주 등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되는 해외
여행객이 많다.

지난 주말 김포공항 제2청사 입국장에서는 미국여행을 하고 돌아온
하용진씨(61)가 입국심사대에서 세관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하씨는 자신이 가지고 온 순록가죽이 CITES협약에 위배되기 때문에 국내에
반입할 수 없다는 세관원의 말에 "사이테스가 뭔지도 몰랐고 비싼 것도
아닌데 왜 압수하느냐"며 따졌다.

지난달에는 추석연휴기간중 중국과 홍콩여행을 다녀온 박재호씨가 중국인
으로부터 선물받은 호골주를 들고 오다 적발돼 세관원들과 시비를 벌이다
결국 압수당했다.

박씨는 "호골주가 5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까지도 받을 수
있는 물품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포세관에 따르면 올상반기중에만 국제거래가 금지된 웅담과 뿔 가죽
등을 김포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다가 적발된 것이 2백78.13kg에 달한다.

그나마 부피가 작아 밀반입이 쉬운 상아가공품이나 약재류, 모피, 가죽
가공제품은 적발도 잘 안된다.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의 보신관광취향을 고려하면 곰쓸개나 물개의 성기,
코뿔소뿔 등 명백히 보신용한약재의 성격을 띤 물품이나 입수가 어려운
표범가죽 등은 의도적인 밀반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짐속에 숨기지도 않은채 악어핸드백 등을 들고 오다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

악어가죽으로 만든 구두나 핸드백이 규제대상인지조차 몰랐다는 이야기다.

최규범 김포세관장도 "국제간 반입반출이 금지된 품목인지조차 모르고
반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환경부관계자에 따르면 사이테스협약은 당초 규제대상 동식물(제품
가공품포함)을 국내로 반입하거나 국외로 반출할 경우 이 협약에서 정하는
관리당국이 발행한 허가서를 발급받아 세관에 제출하는 통관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사이테스협약을 전담하는 관리당국조차 없는 실정이다.

굳이 관리당국이라면 <>환경부(자연환경보전법) <>보건복지부(약사법)
<>산림청(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과 해외반출시 일부 <>문체부
(문화재보호관리법)가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정부기관에도 사이테스협약만을 전담하는 공무원은 없다.

사이테스에 대한 대국민홍보역시 최근 환경부 등 4개 부처가 홍보팸플릿을
만들어 공항 등에 뿌린 것이 고작이다.

협약가입 5년이 지나도록 줄지 않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및 가공제품의
반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신관광문화의 개선과 함께 환경부 등 관계
부처의 성의있는 홍보와 세관의 강력한 단속이 함께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김정아.최인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