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길 <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장 >

국제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지난주초 2,3일동안 전세계적으로 폭락과
폭등을 보이며 일대 혼란을 경험했다.

28일 하룻동안 홍콩은 주가가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최근 유사한 홍역을 치렀던 동남아 국가는 물론 한국 일본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전세계적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29일에는 미국 유럽 일본 홍콩 중남미 등에서
주가의 반전이 있었다.

한편 동남아에서는 이러한 원상복귀가 없었으며 한국의 경우에도 제한적인
반등에 그쳤다.

지난주 초의 전세계적인 주가의 동반하락은 국제금융시장의 단일화에 따라
개방화 되어있는 어느 국가도 상호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일부국가의 경우 주가의 반등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은 개별경제의
건전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동남아국가와 관련이 많은 기업의 주식을 중심으로 주가가
폭락했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증시의 거품현상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했다.

반면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경제가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특히 금융
시장의 여러 면에서 부실하여 반등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 동남아에 비교해서는 여러가지 면에서 기본여건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자본가들이 보기에 이것은
정도의 차이일뿐 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금융불안은 일단 진정되었고 이에따라 외환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기는 하나 향후 우리가 몇가지 중요한 구조적 취약성, 특히
금융부문의 부실성을 어느정도 효과적으로 시정해 나가느냐 하는 것에 따라
재연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휴화산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는 그 시기와 심도면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개방화되어있는
거의 모든 나라가 어쩌다 한번씩 경험하게 마련이다.

80년대초 미국의 저축대출조합(S&L)의 도산, 90년대초 일본의 증시폭락,
북구경제들의 은행위기, 수년전 멕시코를 위시한 중남미국가들의 외화위기가
있었던 것이 이점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들중 대부분이 이러한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부문을 개혁하고
경제구조를 조정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좀더 건실한 경제로 다시
태어났다.

90년대 미국의 지속적으로 경이적인 번영이 이것을 나타낸다.

멕시코경제가 95년 66%의 성장을 보인후 작년에 5%성장, 금년에 7%의
성장을 보이고 있음도 마찬가지의 의미를 갖는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아직도 뼈아픈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이번의 위기를 계기로 금융개혁을 위시한 경제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미 시사한 바와 같이 지난주 우리의 금융위기는 전세계적인 금융불안을
계기로 촉발된 것이 사실이면서도 이것을 계기로 외국인투자가들이 지난
몇달간 한국내의 경제구조조정노력을 지켜보며 느끼게 되었던 실망감이
표출됨에 따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외국투자가들은 기업이 연쇄도산에 대응하여 우리가 우유부단하였으며
결국 정치논리의 개입으로 경제논리가 큰 제약을 받고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기업화로 매듭이 지어진 모그룹에 대한 대책을 그 대표적인 예로 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문제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부문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처함에 있어서 아직까지 그 매듭을 못 짓고 있음도 이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또 지난 3월초 두번째의 시도에 따라 개정되었던 노동관계법도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탈피하기위한 노력의 실패로 평가하고 있다.

국제투자가들은 대기업의 경영감독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도
되는 기업경영투명성제고조치 등도 매우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상과 같은 제반개혁을 향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유지해나가야 할 정치권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음에 대한 국제
투자가들의 실망이 매우 큰 것이다.

우리의 금융불안은 일단 진정되긴 하였으며 또 이에 따른 환율절하에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즉 동남아 통화의 40% 내외에 이르는 대폭적인 평가절하는 상대적으로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가격면에서 크게 약화시켰던 바 최근의 평가절하는
이것을 어느 정도 상쇄해 주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금융불안이 재연되거나 원화의 평가절하가 다시
발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아니하며 이와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서는 금융개혁노력을 가속화시키고 부실기업의 정리,기업재무구조개선,
노동시장의 위험성제거 등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꾸준히 그리고 가시적으로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와 국민이 정치논리와 온정적
정서에 입각한 비판을 자제하고 경제논리에 입각한 경제구조조정노력을 요구
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금융불안 재발방지및 이를위한 일관성있는 경제운영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