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클럽을 수입판매하는 골프용품업체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국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면서 수입원가는
급상승하고 있으나 그 인상분을 즉각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딜레마는 미국산클럽 수입업체뿐만 아니라 일제클럽
수입업체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클럽메이커들중 브리지스톤 미즈노 등 일부는 엔화 불안정으로
결제수단을 달러로 바꾼데다,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어서이다.

16개 외국산클럽 수입업체들의 모임인 한국골프용품협회 (회장 정종길
정스포츠 대표)는 지난달 28일 긴급모임을 갖고 환율폭 등에 따른 대책을
협의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업체별로 알아서 하자"는 것이 결론이었다.

미국 캘러웨이클럽을 수입하는 워싱턴골프 관계자는 "달러당 9백30원이
버틸수 있는 한계였는데 1천원대에 육박하니 올해 환차손만 해도 수억원에
이를 지경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미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하였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비수기로
접어들어 인상을 자제해왔다며 이달말이나 12월초쯤 15~20% 올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종길 회장도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현재의 환율로는 본전장사밖에
못한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전신양행 경세엔터프라이즈등 수입업체들도 환율이 1천원대에 이르면
15% 정도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고심하고 있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소비자가=공급가"가 돼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가격인상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업체들이 선뜻 값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그나마의 매기마저 떨어질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경기침체상황에서 맞은 비수기로 업계전체가 불황에 처해
있는 판이다.

먼저 총대를 메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타사의 눈치를 보느라고 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

수입업체들은 그러나 "가격인상은 분명하다.

단 시기와 폭은 회원사별 사정에 따라 결정될 것이나 이달말부터 본격
인상이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업체들의 이같은 딜레마는 골퍼들에게는 기회가 될것 같다.

이달중 외국클럽을 장만하면 적어도 최저인상예상선인 15% 정도는 싸게
살수 있기 때문이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