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년간 명동과 여의도 증시현장을 지켜온 조태현 증권전문기자가
주식시장의 맥을 짚는 칼럼을 시작합니다.

주가 등락과 투자자의 희로애락을 다룰 "조태현기자가 보는 증시"는
매주 화요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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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의 매수 열기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외국인들의 투자한도가 총발행주식수의 26%로 종전보다 3%포인트 높아진
첫날 이들은 1천1백억원 정도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제까지 6차례에 걸쳐 이뤄진 한도 확대 첫날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로는
가장 적다.

시장분위기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외국인은 그나마 열심히 샀다.

기관투자가들은 정부의 매수 요청에도 내다 팔았으며 일반투자자 역시
매도에 치우쳤다.

외국인들은 향후 장세를 좋게 보며 내국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본래 미래를 사고 파는 곳이다.

현재의 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고 앞날을 희망적으로 본다면 주가는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앞날의 희망을 찾기가 힘들어진 관계로 주가가
속락세를 면치 못하고 지친 투자자들은 한숨만 계속 내쉬고 있다.

"혹시"하면서 그동안 참고 기다리던 투자자들이 진절머리를 내면서
더 늦기전에 지금이라도 팔고 떠나야 하나하는 문제로 고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더 이상 늦기전에 주식을 파는 문제는 다시 한번 냉철하게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물론 현재의 증시여건이 어렵고 또 빠른 시일내에 주식시장이 활황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기도 상당히 힘든 것은 사실이다.

설사 폭락세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시장분위기는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면치못하고 주가가 더이상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상당기간 옆으로 길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주가폭락세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환률문제나 외국인들의
투매에 가까운 주식매도가 진정되지 못할 경우 주식시장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원.달러환율이 1달러당 1천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까지
급등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는 1천원을 웃돌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지만 좀더
길게 볼 경우 현재수준 혹은 지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정도에서 안정을 되찾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한 편이다.

이 경우 환율 급등세의 진정과 함께 외국인들의 매물공세도 점차 약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본다면 "요즘같은때 주식투자자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어렴풋이나마 감을 잡을수 있지 않나 싶다.

속락장세를 바라보는 심정이야 한없이 괴롭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마당에
보유주식을 정리, 손실을 현재화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로 보여지지
않는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고 또 주가폭락세가
진정되더라도 상당기간 별 재미를 못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쯤은 "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거나 "머리와 꼬리는
남에게 주라"는 증시의 고전적인 투자격언을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요즘과 같은 시장여건이나 분위기아래서 단기차익의 욕심을 갖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볼때는 넘쳐흐르는 매물을 즐기면서
마음에 드는 주식을 입맛대로 골라보는 지혜를 발휘해 볼 수도 있을 것같다.

< 증권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