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액면체계에서 빼놓을수 없는 것이 기본단위와 보조단위의 관계이다.

길이에도 미터(m) 센티미터(cm) 밀리미터(mm) 등 여러가지 측정척도가
있듯이 화폐에도 거래및 계산의 척도가 있는데 이것이 기본단위와 보조단위
이다.

기본단위는 한 나라의 화폐를 부르는 주된 호칭으로 거래및 계산시에 사용
되는 화폐단위를 말한다.

한편 보조단위는 기본단위보다 한단계 낮은 것으로서 기본단위로 표현하기
어려운 소액거래를 표시하거나 계산및 회계단위로 긴요하게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 기본단위는 달러이며 보조단위는 센트이다.

또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마르크-페니히, 파운드-페니, 프랑-쌍띰 등을
각각 기본단위와 보조단위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조단위는 기본단위의 "1백분의 1"을 쓰는데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보조단위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이를 따르고 있다.

가령 미국에서 1달러는 1백센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2년 6월 제정공포된 "긴급통화조치법"에 "화폐단위를
원으로 칭하며 원은 계산단위로서 1백전으로 분할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화폐의 기본단위는 원이며 보조단위는 전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진전 등으로 화폐의 구매력가치가 떨어지면서 지난
70년대부터는 보조단위인 전이 실거래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게 됐으며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전단위의 화폐발행을 중지시켰다.

현재 전은 단지 회계처리 등에서 계산단위로만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화폐의 기본단위인 엔과 보조단위인 전이 있지만 보조단위
가 실거래에서 사라지면서 전단위의 화폐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대체로 기본단위의 구매력가치가 떨어져 대미달러환율이 1백단위가 넘는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은 공통적으로 보조단위 화폐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원과 달러의 교환비율이 "9백50대 1"을 넘어서
원.달러환율이 9백50원을 상회하고 있다.

화폐의 기본단위와 보조단위가 모두 갖춰져야 거래편의나 경제량 표현에
유리하다는게 일반적인 주장이다.

거래금액에 따라 그에 알맞는 화폐단위를 사용할수 있으며 보조단위로
각종 가격이나 거래금액을 기본단위의 1백분의 1까지 나타낼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생독립국가나 화폐개혁 등을 통해 새로운 화폐체계를 구축
하려는 나라들은 신종 화폐의 기본단위와 보조단위의 가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화폐의 기본단위 가치는 그 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물건 또는 서비스의 가치수준으로 정하거나
조정하게 된다.

각국의 물가수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예를들어 햄버거 핫도그 음료수
라면 신문 대중교통요금 등의 가치를 기본단위 가치로 정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렇게 화폐의 액면체계와 기본단위및 보조단위가 정해지고 지폐및 동전의
종류등 권종수까지 결정되면 한 나라의 화폐체계가 완성된다.

또 국민들의 화폐사용습관이나 지급결제수단이 변화하고 물가및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화폐체계는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액면의 화폐가 만들어지며 경우에 따라 액면체계와
권종수가 동시에 변경되기도 한다.

< 여운선 한국은행 발권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