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볼저 뉴질랜드 총리(62)가 3일 제니 시플리 운송장관(48.여)에게
뉴질랜드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사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볼저 총리는 성명을 통해 "총리로서 7년, 국민당 총재로서는 거의 12년,
그리고 장관으로서 14년을 채운 시점에서 변화된 상황으로 인해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적절하게 됐다"고 밝히고 현 연립정권의 순조로운 정권교체를
위해 사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사임발표는 시플리 운송장관이 명예롭게 퇴진하지 않으면 4일 열리는
국민당 간부회의에서 당권투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한 뒤
하루만에 이뤄졌다.

국영 뉴질랜드 라디오방송은 시플리가 국민당 의원 44명중 24명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플리 장관은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해 뉴질랜드 최초의 여성 지도자에 대한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

볼저는 지난 72년 농촌지역인 킹 컨트리의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뒤
지난 84년 당시 야당이던 국민당의 부총재가 됐으며 2년 뒤에는 총재가 됐다.

그는 국민당이 90년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총리직에 올랐다.

시플리는 사회복지장관 시절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뉴질랜드 정계
에서 강성발언을 잘하는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지난 87년 의회에 첫발을 들여놓은 뒤 볼저 정권에서 사회복지장관을
맡아 복지제도 개혁을 추진하면서 전국적인 인물로 부각됐다.

시플리는 친구인 루스 리처드슨 재무장관과 함께 복지수당 등을 대폭 삭감
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뉴질랜드 복지제도를 축소함으로써 국민들로
부터 비난을 받기는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업무장악력과 대국민
설득력 등을 인정받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