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수레바퀴속에서 누구보다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
여인네들.

그 여인 3대의 슬픔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조명한 드라마가 선보인다.

SBSTV가 창사특집극으로 15일 오후 8시50분 방영하는 2부작 "새끼"
(가제).

일제시대의 핍박받던 한국여인을 대표하는 정신대할머니, 60~70년대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월남전 참전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미혼모가 된 어머니, 사생아로 태어나 떳떳하게 사랑도 하지 못하는 딸의
삶을 통해 여인들의 고난과 한숨, 아픔과 눈물을 그린다.

반효정 고두심 김혜수가 한국여인의 희생사를 대표하는 여인 3대로
출연한다.

젊은나이의 여성들이 그렇듯 선주 (김혜수)는 집안의 우울한 분위기를
잊고 산다.

선주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고두심)는 양돈을 하겠다고 용인으로
이사온다.

서울에서 전화교환수로 일하는 선주는 출퇴근길에 1시간이상 시외버스를
타야하는 게 불편하기만 하다.

어느날 학원에서 만난 문기 (이훈).

문기를 만난후 선주는 멋을 내고 향수를 뿌리기 시작했다.

선주는 문기가 자신과 어울릴 것같다는 확신이 들어 결혼을 약속하지만
늙은 외할머니 (반효정)와 처녀의 몸으로 자신을 낳아 키워온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신의 결혼조건이란 게 너무 한심하다.

문기의 집에 인사를 가던 날, 선주는 어머니와 성이 같다는 이유로
의심받고 애써 잊으려는 사생아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드라마의 주제를 이끌어내는 것은 문기.

그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주를 따뜻하게 맞는다.

비극을 감싸안는 순수한 사랑이다.

결혼후 아이를 품에 안게 됐을 때 비로소 어머니의 "새끼"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선주의 모습도 여성의 위대함과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극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

지난해 설날특집극 "곰탕"으로 제30회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가 박정란씨와 이장수PD가 다시 호흡을 맞췄다.

이장수 PD는 "3대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진정한 생명의 의미와
가족의 사랑을 그리겠다"고 밝혔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