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주도하는 국민신당이 4일 닻을 올렸다.

불과 50여일전 이전지사가 경기도백 자리를 사퇴하고 신한국당을 탈당,
대선출마를 선언했을때 몰아쳤던 "비정상적 도전"이라는 여론의 평가를
감안하면 짧은 시일안에 큰 변화를 이룬 셈이다.

특히 "이인제 1인 정당" "이인제 사당"에 그쳐 중도하차할 것이라는 혹평은
불식시키게 된 셈이다.

국민신당의 문을 두드리는 현역 국회의원과 정치신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순항여부에 대한 우려는 상당부분 가시고
정당다운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

국민신당의 공식 출범은 이전지사의 후보수락연설 제목과 같이 일단
"희망의 출구"를 연 것으로 평가할수 있다.

그런만큼 이후보와 신당의 인기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주된 요인도
"가능성"이란 말로 압축된다.

그 가능성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론지지도 조사결과 11월들어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허용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3자구도라고는 하지만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는 김총재나 이후보에 현격한
차이로 뒤처져 있어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양자 대결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 신당측은 크게 고무돼 있다.

무엇보다 신당의 미래에 대한 시각이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는 것은 이후보
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신당이 대선이후에도 존재할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 견해가
많았으나 지금은 신당의 착근 가능성을 의심치 않고 있다.

신당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세대교체와 3김청산 주장이 먹혀들면서
"DJP연대"에 반대하고, 당내분 해결에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총재
에 등을 돌리는 유권자층으로부터 얻는 반사이익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이후보의 대선 당락여부를 떠나 신당이 대선이후에도 새정치를 지향하는
세력들의 구심점이 될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신당의 인적 구성을 감안해볼때 신당이 중부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하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후보와 신당은 그러나 풀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게 갖고 있다.

우선 "민주계 탈색" 문제다.

신당은 현재 신한국당 주류측과 국민회의로부터 "YS신당"이라는 집요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지원하고 있다는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할 경우
적어도 TK지역 표 상당수는 포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YS에 대한 거부감이 DJ에 못지않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이총재에게 표가 쏠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한국당내 TK 의원들이 마음은 있어도 미동도 않고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이후보가 김영삼 정부는 물론 다른 정당과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후보가 이날 후보수락 연설에서 "문민정부는 개혁을 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적 지지를 제대로 결집하지 못했다"며
"국민신당은 이와는 다르며 한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개척자"라고 강조한 점은 그 대표적 예다.

세규합은 신당 주도세력이 민주계 일색이라는 점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선결과제다.

이후보가 민주당 조순 총재 끌어안기와 국민통합추진회의와의 연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세불리기를 겸한 민주계 탈색전략으로 볼수 있다.

신당측은 이와관련, 이달 중순께 신한국당 비주류와 민주당 자민련 인사들이
대거 가세하고 후보등록시점을 전후해 다시 대규모 신당행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한국당 주류측의 동요 진폭에 따라서는 이번 대선에서 이후보가
기호 3번이 아니라 기호 1번으로 나설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후보에게는 대선직전까지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결과 불복에 따른
"원죄"를 유권자들에게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