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들의 경우 공장용지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경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공장이 잘 돌아가야 기업이 잘되고 국가경제에도 활력이 붙는다.

기업이 공장을 짓고 싶어도 규제때문에 짓기가 힘들다면 경제가 순탄할리
없다.

공장설립규제를 피하기 위해 아예 외국으로 투자선을 돌리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산업공동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공장설립과 부지취득을 보다 수월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근본적인
과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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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인천에 철근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D사는 노후한 설비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고치기 위한 공장증설계획을 몇년째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공장을 증설할 부지가 없는것도 아니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어서도
아니다.

수도권 과밀억제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3천 이상은 증설할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수도권정비계획법)

"공장을 증설하고 자동화시스템으로 바꾸면 1천명에 달하는 직원을 30%가량
줄이고 생산량은 30~40% 늘릴수 있습니다. 포항에서 올라오는 경인지역
철근수요량의 상당부분을 이곳에서 대체 공급, 연 1백40억원가량 물류비용도
절감할수 있고요. 인구분산 효과는 물론 교통적체 현상도 개선할수 있는데
정부에선 도무지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아요"(D사 인천제철소 이부장)

우리나라에서,특히 수도권에서 기업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는건
하늘의 별따기다.

토지이용에 관한 규제가 그물망처럼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공장용지로 사용가능한 땅은 전 국토의 0.3%인 3백46평방km에 불과한
반면 현행 토지관련법령은 3백80여개에 달한다.

13개분야에 법률 1백25개, 시행령 1백19개, 시행규칙 93개, 기타 47개 등
모두 3백84개에 이르고 관련부처도 14개에 달한다.

이같은 규정은 대부분 토지이용을 규제하는 조항이다.

토지관련 법률이 과다한데다 관련부처도 10개가 넘으니 공장설립이 어려운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업종특성상 대규모 추가공장 설립이 불가피한 반도체업체들의 경우를 보면
토지이용 규제의 난맥상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경기도 이천에 공장을 갖고 있는 A사는 자연보전권역에 묶여 있어 수년째
공장 신.증설을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질오염및 환경관련 배출기준에 위배되지 않음에도 불구, 자연보전지역에
입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장을 못세워 반도체제품의 적기생산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관련부처의 대립도 한몫하고 있다.

"공장신증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통상산업부와 "그럴수 없다"는 건설교통부
의 대립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토지이용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인구도 분산해야 하고 녹지도 보호해야 한다.

또 망국병이라 불리는 부동산투기를 막아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수 없다.

그러나 "무조건 안된다" 일변도의 정책은 그 손해가 고스란히 기업에, 우리
경제에 돌아온다는데 문제가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복합불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수요억제위주의 토지정책은 시대흐름에 맞게 새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됐다.

토지거래허가제및 신고제도와 같은 방어적인 정책보다는 가용토지를 늘리는
등 토지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이와함께 중복규제조항을 비롯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도 대폭 간소화해 기업들의 창업의욕을 고취시켜줄 필요가 있다.

규제로 얽어매고 허가도장 받는 일로 세월만 보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 유대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