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지난달 29일 1차 외환시장 대책을 내놓은지 불과 10일만에
다시 금융시장안정 대책을 준비하게 된 것은 이대로 방치하다간 자칫 파국적
상황이 올수 있다는 절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시는 5백선이 다시 붕괴되는등 악순환이 재연되고 있는데다 외국
언론들까지 가세해 한국의 금융위기를 과장되게 보도하고 있고 이것이
국제적인 파장까지 불러오고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재경원 내에서는 가격하락이 바닥선에 접근할 때까지 좀더 기다리자는
원칙론과 당장의 붕괴는 막아놓고 봐야 한다는 현실론이 맞섰으나 강부총리가
현실론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책발표 싯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국회의 금융개혁법률안 통과에 연계시키고 있다.

통과전망이 불투명해질 경우 정부는 직권으로 종금사 통폐합에 바로 착수할
계획이다.

우선 한보 이후 부실규모가 누증되어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일부종금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개입해 은행으로의 피인수나 종금사간
합병을 유도할 방침이다.

종금업계에서는 한은특융을 받고도 부실위기가 증폭되어 있는 3~4개
종금사들이 합병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합병이나 인수를 촉진하기 위해 부실채권 정리기금이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을 매입할 때 특혜를 주는 방안등 실질적인 합병촉진책을 병행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주부터 일부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종금사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고 부실채권 정리기금을 당초의 3조5천억원에서 5조원으로 대폭
증액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종금사에 대한 구조 개편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은 누적
부실규모가 이미 한계점을 초과해 더이상 방치하다가는 외환및 자금시장의
불안이 구조화될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종금사중 올들어 발생한 부실채권이 1천억원이 넘는 회사만도 대한 나라
LG 등 8개사에 이르고 이들을 포함해 15개사가 최근에는 무더기로 외화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또다른 축은 종금업계와 시중은행에 대한 무제한적인 실탄
(달러)공급이다.

달러의 경우 종금사들이 운영하는 외화리스 자산을 한은이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방법을 통해 당장 10억달러 내외를 공급하고 산업은행의 해외기채
등을 통해 총액 30억달러를 해외에서 끌어당겨 금융기관들에 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차 시장안정 대책이 금융기관의 자력에 의한 달러확보를 골자로
한 것이라면 이번 대책은 당국이 직접 달러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성을 띠고 있다.

그만큼 대책의 강도가 높아졌다.

원화의 경우 이미 지난주 한은이 사상최대규모인 6조원을 각 금융기관에
지원하는등 당분간은 무제한 방출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다.

당국의 달러매각이 원화 시장에까지 주름을 주는 상황은 막아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증권시장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하락이 외국인 매도공세에 의한 것이고 외국인 매각은 주로 원화의
불안에 기인한 것인 만큼 주가를 막기 보다는 환율을 방어하는 것이 증시
안정을 위해서도 긴요하다는 생각을 당국은 갖고 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