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요즘 아이들이란..."

전 세계 기성세대가 줄기차게 부르짖는 잔소리의 고전.

하지만 미국의 부모들은 이제 이같은 레퍼터리를 풀어놓기가 쑥쓰럽게
됐다.

저축안하기로 손꼽히는 미국인 가운데 이른바 X세대만큼은 돋보이는
저축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위크지에 따르면 미국의 20~30대 초반의 젊은 세대중 65%가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또 현재 예금통장에 5만달러(약 4천6백40만원)이상이 들어있는 젊은이도
1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세이상 연령층에서 이정도 돈을 모아둔 사람이 30% 남짓한데 비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젊은이 10명중 3명은 노후대비를 위해 장기적인
저축목표를 세워두고 있다는 것.

또 X세대중 70% 이상이 은퇴후의 생활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74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같은 "착실한 젊은이"의 비율은 채 반이
못됐었다.

7년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의 평균 가정의 저축률은 4%대에서 맴돌고 있다.

전례없는 황금경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어른들"이 여전히 은행을 멀리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X세대의 저축열기는 눈부실 정도다.

그렇다면 신세대는 왜 저축에 열중하는가.

전문가들은 물질만능 주의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일찌감치 돈에 눈을 떴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이들에게 사회적 성공에 대한 절대적인 가늠자는 다름아닌 "재력"이다.

젊은 주식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주가폭락의 무서움을 모르는 X세대에게 주식투자는 일확천금의 기회로
비쳐지고 있다.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사회보장제도가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도 젊은층의 저축열을 북돋고 있다.

나라만 믿고 대책없이 지내다간 말년이 비참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각자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유비무환정신이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X세대의 저축액이 전체 저축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저축붐이 지금 추세로 계속된다면 21세기 미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근간이 될 것이라고 은행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정통 경제전문가들은 그러나 X세대의 저축열기에 대한 평가를 미뤄두고
있다.

승용차를 마련하거나 휴가를 즐기기 위해 돈을 모으는 젊은이가 상당수여서
이들의 주머니돈이 국가경제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는 이르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젊은 구두쇠"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국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는데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미국의 기성세대들은 이런 희망으로 수십년후를 계산하는 신세대의
영악함에 박수를 아끼지 않고 있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